이스라엘의 실리콘밸리서 주목받는 '업앤라이드'
-특수 휠체어 개발로 美 나스닥 상장한 스타트업 '리워크' 멤버들 독립해 창업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아워크라우드' 통해 150만달러(약 17억5950만원) 조달…지속적 지원 가능
[요크님 일릿(이스라엘)=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이스라엘 경제 중심지인 텔아비브에서 차를 타고 남서쪽으로 약 90㎞를 달리면 요크님 일릿(Yokne'am Illit)이 나타난다. 최근 이 도시에는 어린이집이 부쩍 늘고 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 곳에 둥지를 틀면서 젊은층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트업 중 하나인 '업앤라이드(UPnRIDE)'도 '이스라엘의 실리콘밸리'로 떠오른 요크님 일릿에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 3월20일(현지시간) 요크님 일릿 내 스타트업 복합단지인 하이테크 파크에 위치한 특수 휠체어 개발업체인 업앤라이드를 방문했다. 오렌 타마리 업앤라이드 최고경영자(CEO)는 "선진국에서만 800만명의 휠체어 사용 인구가 있고 전 세계적으로는 7000만명이 휠체어에 의존하고 있다"며 "팔과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인들도 일어서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지마비 환자도 걷게 하는 '입는 로봇' 개발=업앤라이드는 특수 휠체어 개발업체 리워크를 설립했던 타마리 CEO와 고퍼 박사가 2013년말 리워크에서 독립해 창업한 회사다. 유망 스타트업이었던 리워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외국 정상들이 찾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회사는 2014년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타마리 CEO와 고퍼 박사는 리워크가 IPO를 앞둔 2013년말 회사에서 나왔고, 더욱 진화된 수준의 휠체어를 개발하는 업앤라이드를 새로 창업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회사를 큰 기업에 매각하거나 기업공개(IPO)를 한 후 다른 회사를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업앤라이드는 사지가 마비된 환자도 이용할 수 있는 휠체어를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회사 직원은 10명으로 늘었다.
업앤라이드가 개발한 기기를 착용하면 사지마비 환자도 전력의 힘을 이용해 선 상태로 자유롭해 이동할 수 있다. '일어서서 타라'는 사명답다. 1인용 2륜 스쿠터인 세그웨이와 비슷한 디자인을 적용해 휠체어처럼 보이지 않도록 한 것도 장점이다. 이 제품이 상용화되면 전 세계 70억명 인구의 0.1%인 7000만명 규모의 시장이 열리게 된다. 타마리 CEO는 "앞으로 휠체어 시장은 스마트 휠체어, 로봇 휠체어가 주도할 것"이라며 "업앤라이드는 이 분야에서 개척자라고 자신한다"고 밝혔다.
업앤라이드가 특수 휠체어를 개발하게 된 것은 고퍼 박사의 비극적인 개인사와 관련이 있다. 그는 1997년 스쿠터를 타다가 사고를 당해 온 몸이 마비됐다. 세 아이의 아버지이자 자기공명영상(MRI) 관련 의료기기업체 CEO였던 고퍼 박사는 회사 경영에서 손을 뗐고 이후 자신처럼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휠체어 개발에 나섰다. 테러가 빈번한 이스라엘의 장애인 비율이 높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업앤라이드가 특수 휠체어 개발에 성공하면서 그는 지난해 8월 18년 만에 처음으로 일어선 상태로 홀로 집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고퍼 박사는 "내가 리워크에서 했던 일과 지금 이 회사에서 하는 일은 장애인들을 돕는 것"이라며 "다른 회사와의 협력을 통해 우리 제품과 타사 제품을 결합, 장애인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네트워크 역량 뛰어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선택"=업앤라이드의 성장에는 크라우드펀딩이 큰 역할을 했다. 투자자들로부터 지분 투자를 받고 향후 기업가치가 상승하면 그 수익을 공유하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 특수 휠체어 연구개발(R&D)에 힘을 쏟을 수 있었다. 세계 최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중 하나인 이스라엘 아워크라우드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150만달러(약 17억5950만원)다. 상용화가 되지 않아 아직까지 매출은 없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받은 자금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타마리 CEO는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으로 3가지를 꼽았다. 그는 "성공적인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수요가 있고, 시장이 크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품화할 수 있다는 3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며 "이 조건을 갖춘 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나 투자자에게 사업 가치를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당장 투자를 받는 것 못지않게 좋은 플랫폼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철저한 분석을 통해 사업의 가능성을 검증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일회성 투자가 아닌 지속적인 사후관리(AS)를 지원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타마리 CEO는 "미국 킥스타터를 비롯해 많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일회성 투자로 지원을 끝낸다"며 "하지만 우리가 자금을 조달한 아워크라우드는 지속적으로 벤처 캐피탈(VC), 큰 회사와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지속적인 네트워크 연결은 추가 투자, 잠재 거래처 확대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앤라이드는 3년 안에 회사가 더 큰 성장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타마리 CEO는 "약 3년 후에는 주식시장에 상장하거나 큰 기업과 인수합병(M&A)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글로벌 휠체어 유통업체와 협력해 업앤라이드 제품을 전 세계에서 판매하고 휠체어 시장에서 세계 1등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요크님 일릿(이스라엘)=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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