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비대위 이름값 못한다" 지적
"아예 전당대회 준비에 집중해야" 견해도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복당문제를 매듭지은 후 방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출범후 3주 동안 전당대회 준비나 혁신안 마련 등 당초 혁신비대위가 목적했던 의제는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 권성동 당 사무총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지만 후임 사무총장을 둘러싸고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지는 양상이어서 혁신비대위의 활동 방향은 더욱 안갯속에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내에서는 혁신비대위가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다. 비대위에 굳이 '혁신'을 붙인 것은 총선 참패 후 혁신에 무게를 두라는 의미인데, 지금까지 행보는 전혀 이름과 어울리지 않다는 것이다.
한 당직자는 "잡음이 있었지만 어쨌든 복당문제를 해결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 하다"면서도 "상대적으로 혁신에는 소홀한 모양새"라고 말했다.
혁신비대위 일부 위원들은 23일 비대위 회의 직후 혁신안 마련을 위해 별도 논의를 가졌다. 하지만 그동안 나온 혁신안을 다시 한번 살펴보는 수준에 그쳤을 뿐, 새로운 결론에 도달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참패 원인을 분석하기 위한 백서 마련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총선백서 발간은 혁신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계획상 다음달 중순 이후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당 안팎에서는 계파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당대회에 최대한 임박해서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참패 원인을 따지다보면 결국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게 되고 이는 계파간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책임론이 불거질 경우 소위 '진박' 논란이 빠질 수 없다. 혁신비대위 입장에서는 청와대까지 책임주체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당내에서는 혁신비대위에서 혁신을 뺀 '비대위'라는 이름으로 전당대회 준비에만 매진하는 게 낫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8월9일 전당대회까지 남은 기간이 45일에 불과해 혁신안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 이미 복당문제를 매듭지은 만큼 혁신비대위가 전당대회 준비에만 매진해도 크게 부담이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당 관계자는 "복당문제를 매듭지은 것만으로도 혁신비대위 역할은 사실상 마무리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으며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차기지도부에 복당문제를 떠넘기지 않은 것만으로도 부담을 크게 줄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의원은 "전당대회준비위원회를 꾸리면 혁신비대위는 해체해도 무방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혁신비대위는 일단 매주 수요일마다 진행하던 현장행보를 자제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 방문은 보통 일주일 전 실무자간 논의가 이뤄진다. 혁신비대위가 최근 현장행보의 일환으로 찾은 청년창업박람회도 이미 지난 주에 방문이 결정된 사안이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다음 주 혁신비대위의 현장 일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
당내에서는 대외 행보 보다는 당 현안 해결에 집중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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