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현재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국가별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아쉬운 결과다."
15일 오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인 '관찰대상국(Review List)'에 한국증시가 제외됐다는 소식을 들은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이 관계자는 한국시간으로 오전 6시에 발표되는 MSCI의 국가별 리뷰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뜬 눈으로 기다렸다. 수차례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파격적(?)인 수준의 제도개선에 나선 터라 일선 실무자들의 실망감은 어느 때보다 컸다는 후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임종룡 위원장이 1월 페르난데즈 MSCI 회장과 직접 면담하고, 실무자들이 수차례 셔틀회의를 가질 정도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공을 들였다.
이번에도 외국인의 원화 환전성과 관련한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MSCI는 줄곧 원화의 역외 거래가 가능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쉽게 말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언제든지 자유롭게 환전을 할 수 있도록 24시간 돌아가는 외환시장을 허용해 달라는 요구다.
금융당국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편의를 제고하기 위해 24년 만에 관련 규정을 뜯어 고쳐 '외국인통합계좌(옴니버스 어카운트)'를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한데 이어 오는 8월부터는 주식 외환거래시간을 30분 연장하겠다는 전향적(?) 방침을 내놨지만 결과적으로 먹혀들지 않은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정부가 단기에 외환관리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 역외 원화시장을 허용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이다.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은 금융시장 점검회의에서 단기에 외환거래와 관련한 모든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MSCI가 원하는 기준에 맞추기 위해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한국증시가 MSCI 선진국 지수에 들어가기 위한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 금융당국이 MSCI가 제시한 요건을 들어주면 된다. 반대로 MSCI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폐해가 크다면 안 하는 게 맞다. 실익을 더욱 꼼꼼하게 따져 볼 일이다.
보여주기 위한 행보가 아니라면 한국정부가 아까운 공력(功力)을 낭비하지 않기를 바란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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