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은행의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가 내년 도입된다. 일반은행은 물론 농협, 수협 등 특수은행은 2019년부터는 LCR 비율을 8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대신 단기외채 급증을 관리하기 위해 도입한 선물환포지션 제도의 한도는 국내은행의 경우 30%에서 40%로 상향 조정된다.
정부는 16일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이 같은 '외환건전성 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했다.
우선, 그동안 모니터링 지표로 활용해온 외화 LCR 제도를 내년 공식 규제로 도입해 2019년까지 규제비율을 높인다. 일반은행에 대해서는 내년 60%에서 규제비율을 적용한 뒤 매년 10%포인트씩 높여 2019년에는 80%까지 올리게 된다. 농협, 수협, 기업은행 등 특수은행은 내년 40%에서 2018년 60%, 2019년 80%로 높아진다. 산업은행은 내년 40%, 2018년 50%, 2019년 60%를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외국은행 지점, 수출입은행, 외화부채 비중이 5% 미만이고 외화부채 규모가 5억달러 미만인 은행 등은 외화 LCR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들 은행은 지금과 동일하게 만기불일치 규제를 적용받는다.
LCR(Liquidity coverage ratio)은 국채 등 유동성이 높은 자산의 최소 의무보유비율을 말한다. 금융위기로 자금인출사태 등이 발생하더라도 은행이 정부의 지원 없이 30일 간 자체적으로 견딜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비율이 높을수록 유동성 위기에 오래 견딜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외화 LCR 비율을 매 영업일마다 산출하되, 한 달 평균값이 규제비율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매월말 잔액으로 산출하는 경우 월말에만 일시적으로 고유동성 자산을 매입해 비율을 높이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규제를 위반할 경우 제재는 지금과 동일하다. 1~2회 위반하면 사유서와 달성계획서를 제출하고, 3~4회 어기면 1회당 5%씩 규제비율이 상향된다. 5회 이상 위반하는 경우에는 규제 달성시까지 신규 차입이 정지된다.
정부는 경제위기 등이 발생할 때에는 금융위원회가 규제비율을 완화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외화 LCR 규제를 준수하느라 실물부문 외화공급을 줄이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금융위 의결로 일정기간 동안 비율을 완화하도록 했다.
정부는 자율적으로 관리 가능한 규제, 실효성이 낮은 규제, 외화 LCR과 중복되는 규제는 폐지한다. 7일 만기불일치비율 규제는 폐지하고 은행이 자율적으로 관리하도록 했으며, 모니터링 비율인 여유자금비율과 외화 안전자산보유비율은 실요성이 낮아 없애기로 했다. 1개월 만기불일치 비율, 3개월 외화유동성 비율, 안전자산 보유비율 등도 외화 LCR로 대체 가능해 폐지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행 만기불일치 규제는 위기시 외화자산 회수율 하락, 외화부채 유출 확대 등 시장 변화를 반영하는 데 미흡하다"면서 "이달 중 은행, 협회 등의 의견을 수렴해 하반기에는 은행업 감독규정 등 관련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선물환포지션 제도의 한도는 소폭 높인다. 국내은행은 30%에서 40%로, 외국은행 지점은 150%에서 200%로 각각 한도가 조정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은행들의 포지션 여유가 충분한 만큼 제도 변경으로 인한 급격한 선물환거래 확대, 단기외채 급증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지난 4월말 현재 선물환포지션은 국내은행이 5.8%, 외국은행 지점은 58.6%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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