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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의 신⑩] 구의동서 발견한 '잊지못할 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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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의 기자 '입맛 습격대'-50년된 서북면옥, 고기향서 메밀향으로 번진 그맛…가성비 최강


오전 11시 30분. 서울 광진구 구의동 서북면옥의 개점 시간이다. 11시 40분. 세 기자가 서북면옥을 방문한 시간이다. 설마 했으나 ‘역시나’였다. 이른 시간부터 길게 줄을 선 수많은 손님들이 땡볕을 피해 그늘에 숨어 있었다. 대기번호표를 뽑자 나온 숫자는 72번. 56번 번호표의 주인공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 25분 뒤에 세 기자는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기다리면서 유의해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기다리고 있으면 주인장이 나와서 메뉴를 미리 주문 받는데 이 때 주문하지 못하면 ‘없는 손님’ 취급받을 수도 있다. 세 기자도 한 쪽 그늘에서 쉬고 있다가 순번에서 제외되는 비극을 겪기도 했다. 또 하나는 다른 일행과의 합석 가능성이다. 스피커를 통해 번호를 부르는데, 이때 “ㅇㅇ번과 ㅇㅇ번 합석합니다”라는 방송도 종종 나온다. 불편할 수는 있지만 소문난 냉면을 먹기 위해서라면 감내해야 하는 일이다.

사실 서북면옥은 우래옥, 을지면옥처럼 유명하지는 않다. 도심에 위치하지도 않았을뿐더러 매장의 규모도 크지 않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알고 보니 1968년부터 50년 가까이 한 자리에서만 영업해 온 ‘터줏대감’이란다. 식당 안 “개업당시와 똑같은 메뉴로 변함없이 영업하고 있습니다. 다소 시대에 뒤떨어지는 느낌이 드시더라도 손님 여러분께서 많이 사랑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글귀가 눈길을 끌었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주문해둔 만두 한 접시가 먼저 나왔다.




금보령 기자(이하 금): 만두에서 고기보다 두부가 더 많이 느껴져. 그래서인지 담백하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더 강해지네. 만두피도 약간 두꺼운 편이라 사먹는 만두라는 느낌보다는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 같기도 하고.

정동훈 기자(이하 정): 이 집의 장점은 역시 ‘가성비(가격대 성능비)’지. 만두 가격은 다른 집과 비슷한 정도인 8000원이지만 만두가 여섯 개나 나와 푸짐하게 즐길 수 있었어. 나도 두부 맛이 많이 느껴졌고 육즙도 괜찮았어. 다만 만두피가 두꺼워 만두소 맛이 묻히는 느낌이야.


권성회 기자(이하 권): 담백한 맛이 가장 먼저 느껴져서 장충동 ‘평양면옥’의 만두와 비슷하게 느껴졌어. 크기가 조금 컸지만 한입에 넣어 먹는 게 더 맛있게 먹는 방법 같아. 다른 냉면집 만두에서는 당면이 없었던 거 같은데 여기는 당면을 넣은 것도 특징이야.

각자 만두 하나를 집어 입 안에 욱여넣고 음미하는 중 물냉면 세 그릇이 나왔다. 뽀얀 육수에 삶은 달걀 반쪽과 소고기 한 점, 무절임이 올라간 모습은 다른 냉면에 비해 특별해 보이진 않았다. 물론 냉면을 먹기 전 얘기다.


금: 육수가 시원하니 진짜 술술 넘어가네. 내 그릇엔 육수 얼음덩이도 있는데 성회랑 동훈이 그릇엔 없는 걸 보니 이건 주방에서 일하시는 분 마음인 거 같고. 육수 자체는 간이 세지 않으면서 담백해. 그래서 잘 넘어가나?


정: 사실 가격이 다른 집에 비해 저렴하다 보니 육향을 기대하지 않았거든. 그런데 웬걸, 육수를 마시자마자 올라오는 담백한 육향에 놀랐어. 뒷맛은 메밀향이 진하게 풍겨 색다른 재미를 줬고. 을밀대 육수 맛과 비슷한 느낌이야.


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첫맛이 굉장히 좋았어. ‘요리왕 비룡’속 등장인물들이 충격 받는 모습이 떠오를 정도? 면에서 풍기는 메밀향도 바로 느껴졌고, 국물에서도 육향이 짙게 배어 나왔거든. 을밀대랑 비슷하다는 거에 동의! 하지만 을밀대보다는 조금 간이 세다고 할까나. 한우나 국내산 육우를 쓰는 다른 유명 냉면집과는 달리 호주산 소고기를 써서 단가를 낮췄는데 그 맛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아. 다만 국물을 들이켤수록 간이 더 세지는 것 같아서 뒷맛은 아쉬웠어.

금: 난 여기 면이 정말 괜찮은데? 면이 다른 가게에 비해 좀 굵고 거친 느낌인데 씹으니까 입 안에서 메밀향이 확 퍼지네. 지난번에 메밀 순면도 먹어봤는데 그거랑 비교해도 메밀향은 밀리지 않는 것 같고. 면발이 탱탱해 보여도 잘 끊어지네. 그래도 손님들이 가위를 많이 찾나보지? 성회 뒤에 “저희 집 냉면은 연하니까 자르지 말고 드세요”라고 쓰인 종이가 붙어 있네.


정: 나도 면이 마음에 들어. 잘 끊기고 메밀향도 짙고. 얇게 썬 무절임과 함께 먹으니 식감이 더 훌륭하네. 메밀 비율이 높은 면인 것 같은 게 시간이 지날수록 육수에서도 진한 메밀향을 느낄 수 있어.


권: 메밀향도 오랫동안 살아 있고 면발이 굵어서 맘에 들었어. 사리를 추가하고 싶은 욕심이 들 정도였는데 만두 때문에 배가 금방 불러서 포기했어. 하지만 계속 면 생각이 날 것 같아. 만두를 빼고 생각하면 면의 양이 조금 부족하다는 아쉬움은 남아. 고명에 무절임이 많이 있는 점은 좋았어. 면만 먹을 때의 느낌과 무절임이랑 먹을 때의 느낌이 색달라서 재밌었어.

비교적 저렴한 가격 8000원에 은은한 육향과 메밀 향 가득한 면을 즐길 수 있는 서북면옥. 세 기자는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맛에 놀랐고 ‘착한 가격’에 만족했다. 냉면 한 그릇을 먹기 위해 더위 속에서 30분 가까이 기다렸던 수고도 잊었다.


이 집 냉면이 맛있는 이유는 벽면에서도 찾을 수 있다. 서북면옥은 자신들의 전통과 맛에 대한 철학을 담은 문구로 벽면을 채웠다. 그 중 하나가 대미필담(大味必淡·맛있는 것은 반드시 담백하다)이다. 50년 전 구의동에서 문을 연 이 집이 고수하는 평양냉면의 담백한 맛,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가 느껴졌다.


*서북면옥 한줄평
권: 대기표 몇 번을 받든 기다려서 먹겠다.
금: 냉면을 먹었더니 기다린 것도 잊었다.
정: 냉면의 철학은 담백하다.



<시리즈 끝>



권성회 수습기자 street@asiae.co.kr
금보령 수습기자 gold@asiae.co.kr
정동훈 수습기자 hoon2@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권성회 수습기자 street@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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