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총괄회장은 건강 문제…롯데그룹은 검찰 압박에 '비상'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롯데그룹이 검찰로부터 전방위 압박을 받으며 창사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있는 가운데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정신감정 일정이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사자의 건강이 양호하지 못한데다가, 현재 그룹 안팎이 검찰 압수수색으로 들썩이고 있는 만큼 경영권 분쟁 등 내부 분열을 해결하는 것은 후순위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조재빈 부장검사)와 첨단범죄수사1부(손영배 부장검사)는 10일 서울 소공동에 있는 롯데그룹 본사와 계열사 7곳, 일부 핵심 임원 자택 등 총 17곳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인 롯데호텔 34층과 신동빈 회장의 서울 평창동 자택도 포함됐다.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당시 신 총괄회장은 고열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입원해있었다. 현재 상태는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등은 신 총괄회장의 입원 수속과 진행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지난 8일 한국으로 입국한 상태다.
이에 따라 신 총괄회장에 대한 정신감정은 당분간 진행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신감정은 지난 1월 그의 넷째 여동생 신정숙씨가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지정을 법원에 신청하면서 법원이 지시한 사항이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 감정을 위해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던 신 총괄회장은 입원 이틀만에 무단퇴원하며 정신감정을 강력히 거부했다. 이에 법원은 이달 27일까지 신 총괄회장이 감정을 받을 의지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한 상황. 그러나 최근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가 적신호를 보내면서 입원 감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검찰의 롯데그룹 집중수사 사실 역시 신 총괄회장은 보고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건강 상태가 온전치 않아 치료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되면 정신적 충격까지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신감정 상황에 대해서는 다소 관조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롯데그룹 측 역시 그룹이 비상상황에 돌입하게 되면서 더 이상 성년후견인 관련 이슈에 관심을 쏟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검찰의 전방위 압박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이미 결론이 난 것이나 마찬가지인 경영권 분쟁에 쏟을 힘은 없어보인다"면서 "창업주의 정신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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