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우리 군과 해경, 유엔군사령부가한강하구에서 사상 처음으로 불법 조업 중국어선을 퇴거하는 공동작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번 공동작전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10일 해군과 해병대, 해양경찰,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요원 등으로 '민정경찰'(Military Police)을 편성해 한강하구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어선을 차단, 퇴거하는 작전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한강하구 중립수역을 관할하는 책임을 맡은 빈센트 브룩스 유엔군사령관은 지난9일 한강하구 중립수역에 민정경찰 투입을 승인하고 "유엔사는 정전협정을 유지해야하는 책임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 작전을 실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한강하구에서 불법 조업하던 10여 척의 중국어선은 작전에 돌입한 민정경찰이 고속단정(RIB)을 타고 접근해 경고방송을 하자 황급히 어망을 걷고 북한 연안으로 도피했다. 이 가운데 어선 수척은 한강하구 중립수역을 빠져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민정경찰은 정전협정 후속합의서에 따라 선박(고속단정) 4척과 24명으로 편성됐다. 비무장지대(DMZ) 수색임무 등에 민정경찰이 투입되고 있지만, 해상에서 제3국 어선 단속을 위해 민정경찰을 편성 투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전에 투입된 민정경찰은 정전협정 후속합의서에 따라 유엔사 깃발을 게양하고, 개인화기(소총) 등으로 무장한 채 임무를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작전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40분까지 강화군 서검도와 볼음도 인근 수역에서 진행됐다. 민정경찰이 탄 고속단정에는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요원 2명이 동승했다. 우리 군은 남북간 우발적 충돌에 대비해 해군 함정과 의무 후송 헬기를 인근에 대기시켰으나 북한군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한강하구 수역에서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들이 완전히 철수할 때까지 퇴거작전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의 다각적인 외교적 노력에도 한강하구 수역에서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행위가 지속하는 등 외교적 조치의 한계를 인식해 유엔사와 협의를 통해 (군사적 조치 일환으로) 민정경찰을 운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1953년 10월 군정위에서 비준된 정전협정 후속합의서는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만우리 인근 한강에서 강화군 서도면 볼음도 인근 한강하구까지 67㎞ 구간을 중립수역으로 정하고, 선박 출입 규정을 담고 있다. 중국어선은 볼음도 인근 한강하구 중립수역 일대에서 2014년까지는 연 2~3회 불법으로 조업했으나 지난해는 120여회, 지난 5월에는 520여회로 급증하는 추세다. 과거 1회 불법 조업 때 10척이 들어왔으나 최근에는 1회에 30척이 떼로 몰려다니며 범게와 꽃게, 숭어 등 어족이 풍부한 시기마다 진입해 치어 등 어족자원을 싹쓸이하고 있다.
정부는 한강하구 수역이 수십 년간 출입하지 않았던 구역이어서 중국어선 단속 과정에서 자칫 남북간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판단, 민정경찰 운용과 관련한 내용을 담은 유엔사 군정위 이름의 대북 전화통지문을 8일 북측에 사전 통보했다. 특히 중국 측에 대해서도 같은 날 민정경찰 운용과 퇴거작전 등의 사실을 통보해 불법 조업 중국어선 단속 과정에서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음을 통보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한편, 정전협정 후속합의서는 남북한은 한강하구 중립수역에서 쌍방 100m까지 진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유엔사 군정위에 등록한 선박만 중립수역 중앙으로 항해토록했다. 쌍방이 각각 군용 선박 4척과 24명 이내의 민정경찰을 둘 수 있도록 했다. 유엔사 군정위는 지난 4월 한 달간 한강하구 중립수역에 대한 특별조사 활동을 펼쳐 중국어선이 정전협정을 명백히 위반한 '무단진입' 선박으로 규정했다. 중국어선은 북한에 등록하고 유엔사에 통보하는 절차도 거치지 않았고, 국기를 게양하지 않았으며 야간에도 조업하고 있어 무단진입 선박으로 규정했다는 것이 유엔사의 입장이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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