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촉발…주택 구입 활성화 기대
강남 재건축 등 쏠림 심화 우려…고분양가 논란 커질 듯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수준인 1.25%로 내려앉으며 부동산 시장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최근 한 풀 꺾인 부동산 시장이 다시 활력을 되찾고 무주택자들은 낮은 대출금리를 활용해 내 집 마련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시중 유동자금의 부동산 쏠림 현상으로 고분양가나 집값 거품 논란이 불거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
기준금리 인하는 당장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끌어내릴 전망이다. 주택매입 수요를 촉진하는 직접적 요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6월 현재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는 2.78~3.29%(만기 10년 이상·분할상환)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인 코픽스(COFIX) 금리(잔액기준)도 장기간 하락해 지난달 기준으로 1.77%에 머물러 있다.
한 시중 은행 관계자는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은행들의 수익성이 악화돼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신용등급별 가산금리를 올려온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기준금리가 추가로 0.25%포인트 인하돼 실제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순차적으로 인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남 재건축에 투자자들이 더 몰려들어 고분양가 현상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예측도 제기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동산전문위원은 "강남 재건축 사업에서 고분양가가 책정되는 건 이미 부동산 시장에 유동자금이 많이 유입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금리 인하로 부동산 투자 여력이 더욱 커진 만큼 노른자위 지역인 강남 부동산을 매입해 자본이득을 취하려는 이들이 늘어나며 분양가나 매매가를 밀어올릴 것 같다"고 말했다.
분양 시장에서도 집단대출 금리가 하향조정되며 열기가 한껏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지난 2월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 시행 이후 금융권이 집단대출 금리를 0.7~1.4%포인트 올려 분양계약자들의 피해가 컸다"면서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전반적으로 분양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돼 분양 시장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는 수익형 부동산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 뿐 아니라 수도권 상가도 투자처를 찾지 못한 여유자금이 유입돼 가격이 크게 올랐다"면서 "낮은 금리를 레버리지로 삼은 투자가 활기를 띠며 품귀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제는 후폭풍이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는 투자자 뿐 아니라 실수요자들의 소비 심리를 자극해 우선은 부동산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겠지만 수요증가는 공급증가를 부르고, 또 수요자들의 대기수요를 늘리면서 입지에 따라 양극화를 부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될 경우 가격거품 논란이 더욱 불붙고 규제 강화를 불러 장기적으로는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남 재건축 등 특정 지역에 대한 쏠림 현상을 가속화시켜 고분양가 논란을 낳을 수 있다"며 "시장이 과열되면 당국은 어떻게든 규제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해 금리 인하 효과가 시장에 긍정적으로 나타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주장한 바와 비슷한 차원의 얘기다. 박 전문위원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건 가계부채 감축보다 경기 부양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때문"이라며 "주택담보대출의 거치기간을 1~3년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등 수요자 맞춤형으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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