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물출자로 BIS 비율 0.8%p 올라갈 것"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기획재정부는 8일 조선·해운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해당 업종 기업들에) 추가 자금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구조조정에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오해다. 개념 자체가 다르다"고 적극 해명했다.
이호승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구조조정 추진 계획에서 가장 첫 번째 원칙이 '추가 지원은 없다'는 것"이라면서 "유동성 문제가 생기면 기업이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앞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는 10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확정했다. 정부와 한은은 조선과 해운 등 한계산업 구조조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11조원 규모의 국책은행(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고 1조원의 현물출자를 하는 등 총 12조원의 자금을 투입한다.
이 국장은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 조성에 대해 "한은이 기업은행에 10조원을 대출하면 기은이 자본확충펀드에 재대출하는 방식"이라며 "한은 대출금에 대한 안전장치로 정부가 기은에 현물출자하고, 기은이 출자 받은 것을 바탕으로 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펀드에 1조원 규모의 후순위대출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기본에 해당하는 보통주자본은 정부 출자로 우선한다는 게 기본 구조"라며 "11조원 펀드는 구조조정이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흘러가는 경우에도 충분한 방어막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리는 안전장치"라고 말했다.
정부가 우선적으로 현물출자를 결정한 것은 원활한 수출입 금융 지원을 위한 목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10.5%)을 유지하려면 정부의 직접 출연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국장은 "이미 대출한 금액이 부실화하면 충당금을 쌓아야 하고 BIS 비율이 떨어진다"면서 "정부가 올해 수은에 1조원 현물출자를 하면 국책은행의 BIS 비율이 0.8%포인트가량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밖에 정부는 구조조정 상황에 따라 산은과 수은에 5조~8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국장은 "조선업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올해부터 2018년까지 조금씩 수주가 나아질 여지가 있다고 전문기관들은 전망한다. 다만 짧은 기간 내에 업황이 확 좋아지진 않을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했다"며 "2018년까지는 추가 지원 없이도 개별 기업이 버틸 수 있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자구계획을 요구했고, 이에 따라 (자본확충) 계획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의 펀드 대출이 발권력 동원과는 상관없다고 이 국장은 해명했다. 이날 정부의 구조조정안이 발표되자 '구조조정 때마다 한은 발권력을 동원하는 정부 대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이 국장은 "자본확충펀드는 '한은 발권력을 이용한 기업 지원' '돈 풀기'와 다른 개념"이라며 "통화량 총량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어딘가에 있을 돈이 펀드로 이동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지적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한편 구조조정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관계장관회의에 한은 총재가 참여하지 않는 것과 관련, 이 국장은 "3개 분과 회의에 필요할 경우 한은이 참여하는 것은 전제로 하고 있다"면서 "특히 자본확충 등을 다룰 경쟁력 강화지원 분과는 한은을 포함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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