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의 큰 틀을 마련했지만 논란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가장 큰 논란거리는 최후의 보루로 명시한 한은의 직접출자다.
정부와 한은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시스템이 불안해질 경우 한은의 수은 직접 출자를 포함한 다양한 정책수단을 강구하기로 했다. 비록 '금융시스템 불안'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한은의 직접 출자의 길을 텄다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
한은은 그동안 직접 출자를 통한 구조조정 재원 마련에 대해 불가 입장을 고수해왔다. 중앙은행의 손실 최소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날 나온 자료에 '한은의 수은 출자시 정부는 동 출자지분을 조기에 양수하도록 노력'하겠다는 표현을 넣은 것도 손실 최소화 원칙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라는 게 한은 측 설명이다.
반면 정부는 구조조정이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광의의 가치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신속히 구조조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압박해왔다.
결국 한달여간의 논의 끝 양측은 최악의 상황인 '금융시스템 불안'이란 단서를 다는 선에서 한은이 직접 출자를 수용하는 안을 마련했다. 한은은 금융시스템의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이 생길 경우 최종대부자 기능을 하겠다는 선언적 의미에서, 정부는 한은의 직접출자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의미에서 합의한 것이다.
그러나 전제조건인 '금융시스템 불안'에 대한 양측의 해석이 엇갈릴 경우 직접출자를 놓고 또 다시 격돌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경우 수은 출자를 검토한다는 내용은 선언적 의미"라며 "향후에도 한은이 직접 출자하는 상황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자본확충펀드에 대한 한은의 10조원 대출 역시 발권력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출 형태든, 출자 형태든 한은의 자금 원천은 모두 발권력을 동원한 것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을 지원한 금융중개지원대출이나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한 산업은행 대출 등이 발권력으로 특정 분야를 지원한다는 지적을 받은 것도 그래서다. 특히 이번 국책은행 자본확충은 기업 구조조정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더 크다. 참여연대는 이와관련 지난 6일 한은에 산은 자금지원이 중앙은행 업무범위에 해당하는지를 묻는 질의를 발송하기도 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질의서 내용을 검토하진 않았지만 참여연대쪽에서 한은법의 규정이나 내용들에 대한 부분을 약간 다르게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 관련 내용이 금융안정 차원에서 이뤄진 거고 금융안정은 한은법 1조 목적조항에 나온 내용이다"고 덧붙였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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