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재조정 자율협약 조건 중 하나…결과 따라 용선료 협상에도 영향
[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간 현대상선이 31일부터 이틀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그룹 본사에서 채무재조정을 위한 사채권자 집회를 연다. 사채권자 집회는 일정 금액 이상 사채권자들의 동의를 통해 해당 사채의 조건을 일괄 변경하는 상법상 절차다.
현대상선은 이날 오전 11시와 오후 2시, 오후 5시 등 세 차례에 걸쳐 집회를 개최하고 사채권자들에게 채무조정안을 제시할 예정이다.조정안은 회사채를 50% 이상 출자전환하고 잔여 채무를 2년 거치ㆍ3년 분할상환하는 내용이 골자다.
내일(6월 1일)도 오전 11시, 오후 3시에 같은 집회를 연다. 이렇게 조정되는 채무액은 총 8043억원 규모다. 안건을 가결하려면 참석 금액의 3분의 2 이상, 총 채권액의 3분의 1 이상 동의가 있어야 한다.
사채권자들이 보유한 공모사채는 채권단이 보유한 협약채권(50∼60% 출자전환, 5년 거치 5년 분할상환)보다 유리한 조건이다. 채무재조정은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 글로벌 해운동맹 합류와 함께 자율협약 진행을 위해 반드시 충족해야 하는 3개 조건 중 하나다.
일단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신협, 농협 등 조합들은 채무재조정안에 잠정 동의했다. 전체 공모 회사채(8043억원) 가운데 75%는 기관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 1200억원과 ▲지역농협(옛 단위농협) 2000억원 ▲신협 1100억원 등 상호금융기관이 가지고 있다.
출자전환되는 회사채는 내달 1일 사채권자 집회 후 정해지는 출자전환주 발행일 기준으로 전후 3일 평균가격에서 30% 할인해 주식으로 전환된다. 금융권 협약채권자가 5년의 보유기간이 있는 것과 달리 보유기간이 없는 조건이다. 언제든지 주식시장에서 현금화 할 수 있다.
현대상선 회사채에 투자한 A신협 고위관계자는 "지난 17일 현대상선 회사채를 보유한 신협 전체 회의에서 현대상선, 산업은행, 삼정회계법인의 설명과 질의응답을 통해 채무재조정안에 동의하기로 했다"며 "최악의 상황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관건은 대부분 개인 투자자로 구성된 54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일정 기간이 지나면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청구할 수 있는 사채) 투자자다. 이들도 조합과 동일한 채무재조정 조건을 받았지만, 개인인 만큼 통일된 의사결정이 쉽지 않다. 부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채무재조정 안이 가결되려면 참석금액의 3분의 2 이상, 전체 회사채 금액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조합 투자자 고위 관계자는 "채무재조정안 가결은 개인투자자가 관건이다. 고통분담을 개인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채권자의 채무재조정 결과에 따라 해외선주들의 용선료 인하 협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법정관리보다는 투자분의 최대 80%라도 건질 수 있는 채무재조정 방안이 가결되는 것이 낫다는 것이 대부분 투자자들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무재조정안이 부결돼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 채권 회수율이 20% 미만일 걸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가결됐을 경우 주가에 따라서 원금 회수율이 최대 100%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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