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여야가 20대 국회의장직을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와 연계하며 양보 없는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국회의장 선출 규정과 원칙이 명확치 않고, 사실상 관행에 의존해 왔기 때문에 새로운 여소야대(與小野大) 국면에서 혼선이 빚어지는 모습이다.
국회의장은 관례상 원내 제1당이 맡았으며, 단수 후보를 추천한 뒤 본회의에서는 추인하는 형식을 취하는 게 관행이었다. 이는 18ㆍ19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출 때 그대로 적용되면서 각각 김형오 전 한나라당 의원과 강창희 새누리당 의원이 일찌감치 차기 국회의장으로 사실상 '내정'됐다. 당시에도 원 구성 협상이 지연되긴 했지만, 국회의장직을 놓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하진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4ㆍ13 총선 참패로 더불어민주당에 제1당 자리를 넘겨주면서 국회의장직을 놓고 여야가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동안 국회의장 선출을 할 때 명확한 규정 없이 관례에 의존하다 보니 생긴 일이다. 현행 국회법에도 의장ㆍ부의장 선거에 대해 '의장과 부의장은 국회에서 무기명투표로 선거하되 재적의원 과반수의 득표로 당선된다'고만 명시돼 있다.
더군다나 제1당인 더민주에 국회의장직을 넘겨줄 것으로 예상됐던 새누리당에서 '국회의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회의장직을 두고 여야 간 이전투구 양상으로 흐를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장은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국무총리, 대법원장과 함께 3부 요인에 해당한다. 국가의전서열 2위로 대통령 다음의 국가 최고 요직이며 해외에서 그 위상이 더 높다. 국회의장이 갖는 무게감을 고려할 때 상임위원장직과 연계해 여야 간 '딜'을 통한 협상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31일 라디오 방송에서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 둘 중의 하나를 여야가 하나씩 나눠 갖는 방식은 국회선진화법까지 통과된 국회의 새로운 질서와 관련해서 '과거형 나눠먹기식'이 아닌가 한다"고 여야를 싸잡아 비판했다.
의장실 관계자도 "국회가 국민을 대표하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만큼 당리당략이 아닌 국회의장의 역할과 책임에 초점을 맞춰 선출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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