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의총서 의장직 사수 요구…법사위원장 확보 포석
더민주 "법사위·예결위·운영위 전부 갖는게 실리" 주장도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이 난항을 보이고 있다.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여야의 셈법이 달라지면서 원내수석부대표 협상에서는 간간이 회의장 바깥까지 고성이 흘러나왔다. '통 크게 양보하겠다'고 공언한 여야가 자기몫 찾기에 나서면서 '지각 개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야 3당 원내수석부대표는 30일 회동을 갖고 원 구성 협상에 나섰지만 별다른 합의를 보지 못했다. 18개의 상임위원회 중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이 각각 8개, 국민의당이 2개의 위원장을 가져간다는 데만 합의를 이뤄냈다. 원 구성 협상의 핵심은 국회의장이다. 당초 20대 총선을 통해 원내 1당이 된 더민주의 몫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날 열린 여당 의총에서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회의장을 사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자 정진석 원내대표도 "책임 있는 집권 여당으로서 국회의장직을 포기한 적은 없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새누리당의 이 같은 변화는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반드시 얻어야 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19대 국회에서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면서 정부와 여당이 추진해 왔던 쟁점법안이 번번이 무산되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 포기하다시피 했던 국회의장을 새누리당이 다시 요구하고 나선 이면에는 법사위원장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 여기에 여소야대 구도에서 야당이 국회의장을 맡는다면 직권상정을 통한 법안 처리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하고 있다.
더민주는 국회의장과 법사위ㆍ예산결산특별위원회ㆍ운영위원회 등 핵심 3개 상임위 중 1개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3개의 상임위를 전부 가져가겠다는 입장을 내놓자 국회의장직을 포기해도 핵심 상임위원장을 전부 가져가는 게 낫다는 주장이 나왔다.
야당은 법사위는 물론이고 운영위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바로 운영위가 청와대 소관 상임위원회이기 때문이다. 19대 국회에선 새누리당이 운영위를 가져갔다. 당시 야당 운영위원들은 청와대의 문건 유출 사건 등에 대한 청와대의 현안보고와 청와대 민정수석의 출석 등을 요구했지만 위원장직을 가지고 있는 새누리당이 쉽게 허용하지 않았다. 20대 국회에서 야당이 운영위를 차지하게 된다면 임기 말 청와대는 야당의 극심한 견제를 받게 된다.
국민의당도 제몫 찾기에 나섰다.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경제정책과 정부부처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를 양분하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됐지만 이날 국민의당 의총에서 유성엽 의원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경제정당, 정책ㆍ민생정당으로 가려면 기재위를 장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국회법상 원 구성은 6월9일까지 하게 돼 있지만 이번에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