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사업비 절반 부담 결정 후 강남구도 호의적으로 돌아서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권재희 기자] 개발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을 성공적으로 푼 사례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입장이 다르다 보니 해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광역과 기초 지방자치단체 간 극한 대립을 보였던 지하철 삼성역~봉은사역 간 '영동대로 지하개발'이 대표적이다. 이달 초 서울시는 국제교류복합지구의 핵심 인프라인 '영동대로 지하공간 통합 개발' 기본구상안을 수립ㆍ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영동대로 지하에 각종 대중교통망의 요충지가 될 통합역사가 들어선다. 각종 광역교통망을 비롯해 기존 지하철ㆍ버스 노선까지 한데 아우르는 복합환승센터로 2021년 준공되면 하루 평균 60만명 정도가 오가는 국내 최대 대중교통 허브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서울시의 이 같은 발표에 강남구는 "현대차GBC와 영동대로 지하 개발의 시너지 효과를 기반으로 2021년까지 일자리 100만개를 창출하겠다"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 그동안 날 선 반응을 보였던 강남구가 크게 달라진 것이다.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은 현대차가 삼성동 한전 터를 10조5000억원에 매입한 후 조 단위의 공공기여금이 확정된 2014년 9월부터 격해졌다. 서울시의 "공공기여금을 영동대로 개발과 함께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리모델링에 활용하겠다"는 입장에 강남구는 "강남에서 걷힌 돈은 우선 강남에서 써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지난해 8월 서울시의 영동대로 통합개발 용역 착수에 강남구는 "용역을 재착수하는 것은 예산 낭비"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두 지자체는 사업이 늦어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재원 문제' 해결이 갈등 해소의 단초가 됐다. 서울시는 이번 개발에 들어가는 사업비는 총 1조1691억원으로 보고 있는데 절반가량인 5069억원을 시비로 부담하기로 했다. 이 중 약 70% 정도는 현대차GBC 빌딩의 공공기여금과 교통개선대책분담금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서울 방화대로 개통과정에서 군부대 이전을 둘러싸고 진행된 갈등도 마찬가지다. 국방부와 서울시, 강서구, 지역주민 간 협의를 통해 한발씩 양보하며 10여년 만에 갈등을 풀었다. 방화대로 전체 5800m 중 250m 구간이 군사시설에 속해 있어 1999년 개설된 후 오랫동안 개통되지 못하고 쓸모없는 도로가 돼 있었다. 2012년에야 국민권익위원회와 국무조정실이 중재에 나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이 외에도 전형적인 '님비(NIMBY)' 현상이 발생한 국립서울병원(정신과) 이전은 1년간의 협의과정을 통해 병원 이전뿐만 아니라 의료행정관련기관과 연구소, 의료바이오비즈니스 관련 업체를 포함한 종합의료복합단지 설립을 약속하면서 합의에 이르렀다. 원지동 추모공원은 2001년 강남구 내곡동 일대로 확정됐으나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가 2009년 주민참여 보장과 환경감시단 구성과 화장장 내 상가 운영권 등을 지역주민들에게 보장하며 갈등 봉합에 성공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권재희 수습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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