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넉달간 450대 판매…통행료 면제·세금 감면 등 친환경 인센티브 필요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문제원 수습기자] 전기차 인기가 시들해졌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1000만원이 넘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여전히 비싼 가격과 인프라 부족, 실질적인 혜택이 없어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주차비 혜택이나 세금 감면 등 체감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26일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전기차 판매대수는 450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기차 판매대수는 2821대로 단순 계산으로 한달 평균 235대가 판매된 것보다 주춤한 수준이다.
각 지자체 별 전기차 지원금 지급 실적도 미미하다. 서울시가 4월까지 지원금을 지급한 전기차는 총 20대로 지난 한 해 235대를 지원한 것과 비교하면 10분의1 수준에도 못 미친다. 부산, 인천, 대전 등은 올 들어 아직까지 1대도 지원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대구의 경우 50대를 지원했지만 모두 택시 사업자였다. 지자체 관계자는 "전기차 지원금을 받기 위해 대상자를 공모하는 과정으로 실제 늘어난 이용자와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전기차의 인기가 예년만 못하다"고 말했다.
전기차가 외면받는 이유로는 우선 비싼 가격이 꼽힌다.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아도 일반 가솔린(내연기관) 차보다 가격이 높다. 기아차 '쏘울'을 기준으로 가솔린 차량 가격은 2100만원(연비 11.5㎞/ℓ)이고 전기차는 4420만원(연비 5㎞/㎾h)이다. 때문에 보조금(서울시 기준 1700만원)을 받아도 전기차 가격은 2720만원으로 가솔린차보다 600만원가량을 더 내야 한다.
기름값 대신 전기 충전만 하면 되기 때문에 전기차는 초과된 차량 구매 비용을 일정 기간 후엔 충당할 수 있지만 충전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혜택이 적어 장기적으로 볼 땐 오히려 손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전기차 쏘울 운전자 함승우(35)씨는 "친환경 문제보다는 솔직히 경제적인 여건을 많이 따지는 편"이라며 "전기차 충전기도 보조금 기준이 모호해 답답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는 지방으로 갈수록 인프라가 미비하다. 전국에 위치한 주유소는 약 1만여곳이지만 현재 고속도로를 제외한 전국에 보급된 급속충전기는 총 305대에 불과하다. 세종시엔 급속충전기가 단 1대만이 설치돼 있다.
전기차 보급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친환경 인센티브'를 지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단순 보조금 혜택이 아닌 실생활에서 친환경 자동차를 이용했을 때 누릴 수 있는 혜택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네덜란드나 노르웨이 등은 버스전용차로에 전기차를 달리게 하고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와 같은 실질적인 혜택을 내세우고 있다"며 "자연스럽게 전기차로 갈아 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준호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연구위원은 "미국에선 전기차 구매 금액에 대해 연말정산 세제 혜택을 부여해주고 있다"며 "쇼핑이나 업무 시설 내에 전기차 충전 시설을 보급해 이용자 입장에서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 위원은 "다만 세금 감면 등 재정 지원이 과다할 경우 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장기적인 로드맵을 갖고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문제원 수습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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