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 있는 기업만 살린다" 원칙 세우고 3년전부터 시행
조선업 R&D 투자는 여전히 유지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우리나라가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중국은 선제적인 대응으로 일찌감치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은 우리보다 먼저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3년전부터 "가능성 있는 기업만 살린다"는 대원칙을 세우고 수술을 감행해왔다.
채권단이 자금만 쏟아붓다가 결국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수를 두게 된 우리와는 대조적이다. 이같은 중국 조선업 구조조정의 핵심은 '화이트리스트'다. 블랙리스트의 반대 개념으로 경쟁력있는 조선사들만 선정해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중국 조선은 '국소국조'(자국해운 수요는 자국선박 건조를 통해 해결한다)는 기조 아래 급격히 성장했다. 2008년부터 수주잔고와 건조량 부문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는 곧 공급과잉 문제로 이어졌다. 중국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부터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당시 '선박산업규범조건'이라는 대원칙부터 세웠다. 생산설비ㆍ기술ㆍ인력ㆍ연구개발(R&D)ㆍ품질보증체계ㆍ에너지 절약ㆍ환경 보호를 포함한 평가지표를 만들었다. 이 기준을 통과하면 화이트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2014년 9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대형 조선사 중심으로 약 70개사가 선발됐다.
국영 조선사라고 봐주는 법도 없었다. 양대 국영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CSSC)와 중국선박중공업(CSIC)의 자회사들도 탈락시켰다. 이렇게 금융 대출과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조선사들이 명확해지면서 구조조정은 한층 속도가 붙었다.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중소ㆍ영세 조선사들은 퇴출되거나 대기업에 흡수합병 되기도 했다.
화이트리스트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지대도 아니다. 중국선박중공업(CSIC)은 최근 자회사 조선소 6곳을 3곳으로 통폐합하기로 했다. 조선업 경기가 불황인데다 고가 선박 제작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다.
중국이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도 R&D 투자를 유지하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고부가가치 선박 개발용 연구개발 센터를 짓고 해양플랜트 사업 지원은 지속적으로 한다는 게 중국 정부의 방침이다. 이것이 일본의 구조조정과 다른 점 중 하나다.
1980년대 중반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을 실시했던 일본 조선업계는 불황기에 선박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 예측해 R&D 규모와 핵심 인력을 줄였다. 이 때문에 발주 쏟아졌을 때 우리나라에 추격당하고 말았다.
성기종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중국은 무조건적인 지원이 아닌 투명성이 제고된 조선업 규범 조건에 따라 화이트 리스트를 선정했다"며 "중국 정부의 선제적인 구조조정과 그 과정은 배울 점이 있다"고 조언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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