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의 용선료 협상이 본격화됐지만 산넘어 산이다. 현대상선의 주요 선주(컨테이너선 기준)는 그리스 등 유럽 지역에 집중돼 있는 반면 한진해운의 파트너들은 캐나다를 비롯해 독일, 그리스, 영국 등 유럽, 일본 지역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전체 협상에서 키 역할을 할 선주도 현대상선은 그리스 다나오스, 한진해운은 캐나다 시스팬으로 갈린다.
한진해운은 외부 법률자문사로 영국 프레시필즈를 선정, 용선료 협상단을 구성해 지난 10일부터 본격적인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첫 협상 대상인 캐나다 시스팬은 한진해운의 용선료 30% 인하 요청을 공개적으로 거절했다. 한진해운은 시스팬과 총 8척의 컨테이너선 용선 계약을 맺은 상태다. 그 중 1만TEU급 4대는 오는 2024년까지 용선 예정이며, 1만TEU급 2대와 1만1000TEU급 2대 등 총 4대의 컨테이너선은 내년 인도 예정이다.
지역별로 현대상선은 그리스, 한진해운은 독일 선사의 비중이 가장 크다. 특히 1만3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선박 총 4척(총 5만2000TEU)을 용선 중인 독일 피터돌레가 캐나다 시스팬에 이어 한진해운의 가장 큰 용선주다. 이밖에 독일 콘티리더라이(6척), 그리스 다나오스(8척), 일본 산코쿠센파쿠로(4척), 영국 조디악(1척) 등을 용선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한진해운의 용선 구조가 현대상선과 다르다는 점에 주목한다. 한진해운이 정기용선한 선박은 상당 부분이 선주들이 직접 소유하지 않고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출자를 받는 펀딩 형태로 구입했다. 때문에 실질적인 협상 대상과 의사결정과정이 훨씬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경우 오너가 선박을 직접 소유한 구조라 협상대상과 의사결정 과정이 비교적 단순했다면, 한진해운은 용선한 선박 대부분은 소유권이 선박펀드인 경우가 많아 협상이 더 어려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상선과 같은 3개월의 협상 마감시한을 줄 경우 한진해운의 용선료 협상 마지노선은 오는 8월초로 점쳐진다.
한편, 막바지 용선료 협상을 진행 중인 현대상선은 지난 17일 채권단협의회 안건으로 올린 약 7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포함한 채무재조정 방안에 대한 개시 여부를 이날 결정한다. '용선료 인하'를 전제로 채무재조정안은 무난히 가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용선료 인하가 최종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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