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30일이 용선료 협상 마지노선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천길 낭떠러지로의 추락이냐? 막판 극적 타결이냐?'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이 이번주 안에 결판난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용선료 협상 시한을 30일까지로 사실상 연장하면서 현대상선은 이 기간 안에 22개 해외 선주들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23일 현대상선과 채권단 등에 따르면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단은 지난 18일 단체협상 이후 개별 선주를 상대로 한 개별 협상을 진행하며 용선료 협상에 대한 최종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 단체협상에서 용선료 인하분의 5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0%를 경영 정상화 이후 분할 상환하는 방안을 제안한 상태다.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분을 현금과 현금 이외의 방식으로 상환을 약속했다는 점에서 이번 협상은 용선료 '인하' 보다는 용선료 '구조 재조정' 협상에 가깝다. 해외 선주들 입장에서도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선주들이 결정을 망설이고 있는 것은 당장의 용선료 유입이 줄면서 영업현금흐름이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현대상선의 매출 의존도가 28%에 달하는 그리스 선사 나비오스의 신용등급을 B2에서 B3로 강등한 바 있다.
또 현대상선에 뒤이어 한진해운도 잇따라 비슷한 요구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해외 선주들의 의사결정에 발목을 잡고 있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양사와 동시에 용선 계약을 맺고 있는 선사는 그리스 다나오스와 나비오스, 영국 조디악 등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과의 용선료 협상을 앞둔 이들 선사들에게 현대상선과의 협상은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먼저 양보하겠다고 나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 자율협약은 이번 용선료 인하를 시작으로 사채권자 채무재조정, 채권단 출자전환 순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번 용선료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정상화가 불가능해진다. 현대상선은 오는 31일과 내달 1일로 예정된 사채권자 집회가 예정돼 있다.
용선료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면 사채권자 채무재조정은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상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오는 24일 사모사채 8000억원 중 4000억원과 대출채권 5000억원 중 3000억원 등 총 7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출자전환 안건을 조건부로 가결할 예정이다.
현대상선은 용선료 협상과 사채권자 채무조정이 완료되는 대로 해운동맹체 재진입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현대상선은 지난 13일 결성이 확정된 제3의 해운동명 '디 얼라이언스'에서 초기멤버에서 제외됐지만, 9월 전까지 재무구조를 개선해 추가 합류를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해운동맹체에서 제외되면 영업망이 무너지기 때문에 현대상선으로선 독자생존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이달 말까지 협상 성과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현대상선은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하다. 현대상선 같은 해외 정기선을 운영하는 컨테이너 선사에게 법정관리는 곧 파산을 의미한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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