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황준호 특파원] 미국 뉴욕 '삼성837'(뉴욕 마케팅센터)이 이달 말 개장 100일을 맞는다. 100일도 지나지 않은 현재 방문객 수는 10만명을 넘어섰다. 하루 1000명 이상이 삼성837를 찾은 셈이다. 왜 이처럼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 것 일까.
지난 22일 찾은 삼성837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이곳은 삼성의 디지털 생태계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장소였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삼성의 신제품의 새로운 기능들을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는 체험과 소통의 장이었다. 방문객들은 그런 소통에 열광하고 있었다.
각종 체험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곳이 진정 디지털 플레이그라운드(Play Ground)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방문객들은 삼성의 가상현실(VR) 체험기기인 기어VR을 통해 가상으로 쥬라기공원, 바다 속 혹은 자연경관을 둘러볼 수 있었다. VR을 착용하고 전동의자에 앉으면 테마파크의 롤러코스터도 체험해 볼 수도 있다. 주말 아침에는 갤럭시 기어를 통해 자신의 조깅 패턴을 알아볼 수 있다. 가끔은 미슐랭 가이드에 나오는 유명 셰프들이 삼성 셰프컬렉션 주방가전을 이용해 선보이는 요리를 시식을 할 수 있다. 삼성837 중앙 무대에서는 유명 음악가들의 다양한 공연도 펼쳐진다.
삼성837은 이곳의 주소를 그대로 따 온 이름이기도 하지만 특별한 뜻을 갖고 있다. 테크, 푸드 등 8가지 패션(Passion) 포인트를 가진 이벤트를 하루 3번씩 7일간 펼친다는 뜻을 갖고 있다.
체험과 이벤트를 통한 소통은 방문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삼성 입장에서는 집객 효과와 더불어, 제품의 이해도를 가장 높일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된다.
삼성837 3층에는 기업 고객을 위한 자리도 마련돼 있다. 전자칠판이나 74인치 디스플레이 등 기업 고객들이 필요한 제품들이 회의실이나 중역 사무실처럼 꾸며진 공간에 배치돼 있다.
삼성837의 판매 실적은 0(제로)다. 삼성837에는 매대가 없다. 스마트폰 등 삼성 제품의 수리나 설명을 받을 수는 있어도 판매는 하지 않는다. 삼성이 삼성837에 부여한 역할은 삼성이 제공하는 미래상이나, 삼성이 높일 수 있는 삶의 격을 표현하기 위한 미디어로서의 역할이다.
이 같은 삼성의 마케팅 흐름을 애플도 차용하고 있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던 애플은 최근 애플스토어 15주년을 맞아 샌프란시스코에 미래형 컨셉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개장했다. 가장 큰 특징은 유리와 조형물을 앞세웠던 애플스토어가 매장의 디자인 보다는 소통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애플은 그간 제품 수리를 위해 서서 기다려야 했던 고객들을 배려해 '지니어스 그로브'를 마련했다. 애플 제품을 최적으로 다루기에 필요한 것들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 프로스'도 배치됐다. 잠재적인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접촉해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인 '포럼', 소규모 사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공간인 '보드룸'은 고객들을 위한 새로운 장소이다. 광장 형태의 공간에는 분수와 녹색 식물로 덮인 대형 외벽을 설치해 전시회ㆍ공연ㆍ강연 장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새로운 애플 스토어는 명품의류업체 버버리의 최고경영자(CEO)였다가 애플로 영입된 앤젤라 아렌츠의 작품이다. 그는 "애플 제품 유통의 새로운 세대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애플 스토어가 '커피숍'과 같은 만남의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CE부문장 대표 역시 같은 생각이다. 그는 지난달 초 삼성837를 둘러보며 "앞으로 삼성의 매장이 이런 식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뉴욕=황준호 특파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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