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위 아 스타팅(We are starting)
[베르가모(이탈리아)=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이탈리아 밀라노에서 40Km 떨어진 인구 12만명의 소도시 베르가모(Bergqmo). 15세기 베네치아 공화국시대에 건설돼 중세도시의 이미지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베르가모 한켠에서도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태동하고 있었다.
위 아 스타팅(We are starting)이라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설립한 카를로 알레비(Carlo Allevi) 대표를 베르가모 신(新) 시가지 한 회계법인에서 만났다. 그는 2014년 4월 자본금 2만유로 중 일부를 친구의 부모로부터 투자를 받고, 그들이 운영하는 회계법인의 작은 방을 빌려 회사를 설립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사업을 해보겠다는 그의 이야기에 친구의 부모는 흔쾌히 투자를 결정했다. 이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2만 유로에 불과한 자본금은 지금 4만5000유로로 늘었다.
대학에서 에너지공학을 전공한 카를로 대표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제도 도입 초기인 2012년부터 사업 구상을 시작했다. 학창시절 호주에 거주하면서 크라우드펀딩 제도가 투자자와 스타트업 기업 사이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경험할 수 있었던 덕에 시스템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로 플랫폼 회사를 설립하고 감독기관(CONSOB)에 등록하기까지 2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이탈리아 정부가 2012년에 내놓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는 투자의 대상과 투자금의 규모를 지나치게 제한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탈리아 투자자들은 돈은 있는 데 투자할 곳이 없어 잉여금을 은행에 쌓아놓는 경우가 많았다”며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잉여금의 규모가 컸고 이 돈을 투자금으로 연결하는 방법이 없을지 고민을 하고 있던 터에 정부가 두 차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를 개정,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게 됐다”고 소회했다.
카를로 대표가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자금조달을 중개한 스타트업 기업은 총 2개로 1개는 실패했고 나머지 1개(4월말 기준)는 진행중이다. 자금조달에 실패한 스타트업 기업은 기업 내의 데이터베이스(DB)를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가능성 있는 B2B 회사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투자자들에게 사업 아이템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그는 “첫 실패로 아무리 사업 아이템이 좋은 기업이라고 하더라고 결국 투자자를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며 “플랫폼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야 성공확률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카를로 대표는 앞으로 '위 아 스타팅' 널리 알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다른 플랫폼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다. 현재 '위 아 스타팅' 가입자 수는 560여명 수준이다. 단기간에 많은 회원수를 확보했지만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회원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12개 스타트업의 자금조달을 중개해 성공하는 것을 올해 목표로 삼았다.
이탈리아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에 대해서는 당장 개선해야할 부분이 적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산업과 고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2016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온라인 투자가 가능해지면서 투자자들의 접근 가능성이 높아져 더 많은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IT기반의 새로운 금융시장의 탄생으로 홍보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의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규제를 해야하지만 그만큼 혁신적인 혜택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반 상장사들과 다르게 공시에 대한 의무도 꾸준히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를로 대표는 “정부가 투자금에 대한 세제혜택 등을 더욱 확대해 더 많은 투자자들이 크라우드펀딩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플랫폼 업체는 제도 도입 초기 각자 경쟁보다 협업을 통한 성장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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