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대리인 이슈 발생 가능성 커…이해상충 잘 조정하는 것 구조조정 성패와 직결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사진)은 "해운ㆍ조선산업 구조조정을 포함한 모든 구조조정의 본질은 '돈'에 대한 의사결정"이라면서 "의사결정의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해야만 구조조정의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 원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남의 돈을 갖고 내가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대리인 이슈'가 생길 수 밖에 없다"며 "이해상충을 잘 조정하는 것이 구조조정의 성패와도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고 강조했다. 신 원장은 특히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이 조선사를 다운사이즈 할 것인지, 둘을 하나로 합칠 것인지와 같은 의사결정은 '판'을 뒤집는 문제"라며 "이런 의사결정을 누가하고,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가 구조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신 원장은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한국 경제의 현재 상황을 '실물의 위기'라고 규정하고 "이런 위기가 촉발된 이유가 비즈니스와 펀더멘털의 문제이기 때문에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에 비해 더 심각할 수 있고 더 오래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 원장은 "금융위기와 실물위기는 위기의 본질과 전개 양상이 다르다"면서 "굳이 비유하자면 대차대조표 상의 차변과 대변의 차이"라고 덧붙였다.
신 원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국책은행 자본확충과 관련, "한국은행의 발권력 동원 여부를 결정할 때 주요하게 생각할 것이 바로 '원가(原價)'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신 원장은 "정부가 돈을 차입할 땐 '원가'개념이 있지만 발권력은 그런 개념이 없다"며 "'원가' 개념이 없는 돈이 나오면 의사결정이 왜곡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권의 호봉제 폐지나 성과연봉제 도입 움직임에 대해선 "현재와 같은 임금 급여 체계로는 은행업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방증"이라며 "단지 아쉬운 것은 이런 문제제기가 왜 민간 금융회사가 아니라 금융당국에서 먼저 제기되느냐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 원장은 "전문경영인이 제 임기만 채우면 된다는 식의 발상으로는 이런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며 "결국 성과연봉제 이슈는 금융사 지배구조와 맞닿아 있다"고 밝혔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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