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40년 밥벌이' 위협 느껴 칼부림…70대 칼장수 선처받은 사연

시계아이콘01분 24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40년 밥벌이' 위협 느껴 칼부림…70대 칼장수 선처받은 사연
AD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5일간 무료로 칼 갈아 드립니다.' 술을 한 잔 걸쳐 얼큰해진 박모씨(74)의 눈에 이런 문구가 적힌 입간판은 적잖이 거슬렸다.

박씨에게는 이게 "이제 그만 시장을 떠나라"는 통보로 보였다. 며칠 뒤 낮술에 취한 박씨는 다시 그 문구를 떠올렸다.


화를 참지 못 한 박씨는 입간판을 세운 가게 주인 A씨에게 달려들어 칼을 휘둘렀다. 박씨는 주변 상인들에게 칼을 빼앗기자 주먹질을 해댔다.

A씨는 박씨의 주먹질에 타박상을 입었고 박씨는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됐다. 2014년 6월, 서울 동대문구의 한 시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박씨는 시장 칼장수였다. 전라남도 함평에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난 박씨는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해 읽고 쓰는 법도 익힐 수 없었다.


그는 스무 살에 상경해 영등포시장에서 상인들의 칼을 갈아주거나 파는 일을 시작했다. 1970년엔 동대문의 시장으로 터전을 옮겨 역시 칼장수로 일했다.


칼장수로 일한 40여년. 그사이 박씨는 시장에서 일하던 처녀와 결혼해 가정을 꾸렸고, 최근까지 90대 노모를 부양했다.


고향 마을을 점령한 빨치산 때문에 피란을 다니고 먹고살기 위해 부잣집 머슴으로 일했던 박씨에게 '칼'은 제2의 인생 그 자체였다.


하루에 보통 2~3만원, 많아야 5만원 남짓이었던 수입으로도 꿋꿋이 버텨낸 박씨였다. 박씨 곁에는 늘 남루한 손수레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런 박씨에게 2010년 갑자기 시장에 등장한 A씨는 불편한 존재였다. A씨 역시 별다를 것 없는 영세 상인이었으나 어딘지 모르게 달라보였다.


좌판에 깔아둔 고급 외제 칼, 3000만원이나 한다는 칼갈이 기계는 늘 박씨 비위를 상하게 했다.


가뜩이나 속이 쓰렸던 박씨에게 '5일간 무료로 칼 갈아 드립니다'라는 문구는 위협이자 선전포고였던 셈이다.


칼부림과 주먹다짐의 대가로 박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살인미수. 힘겹게 지탱해 온 지난 수 십년이 이 네 글자로 순식간에 얼룩졌다.


지난 1월 1심 재판 때 박씨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호소했다.


1심을 맡은 서울북부지법 형사13부(이효두 부장판사)는 "박씨가 술에 취해 있었지만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며 징역 1년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A씨도 박씨와 마찬가지로 일흔에 가까운 고령일뿐더러 영세상인에 불과한데 박씨는 상대적 박탈감에 휩싸여 극히 위험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형사5부(윤준 부장판사)는 실형을 선고한 원심 판단을 깨고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판결로 박씨는 석방됐다.


박씨는 항소심 재판에서 ▲앞으로는 술을 마시지 않을 것 ▲다시는 칼을 만지지 않을 것 ▲A씨 근처에 가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사과와 반성 끝에 A씨와도 원만하게 합의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모든 정황을 유리한 정상으로 인정했다.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렀고 박씨가 고령인 데다 건강도 좋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원심(1심)이 선고한 형은 박씨의 책임 정도에 비해 다소 무겁다"는 것이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