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거포 박병호부터 닮은꼴 SK 정의윤까지…2000년대들어 이적 후 맹활약 잇따라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프로야구 팬들 사이에 이른바 ‘LG 탈출효과’라는 말이 있다. LG 트윈스에서 부진하거나 크게 활약하지 못한 선수도 LG를 벗어나 다른 팀에 가면 잠재력이 폭발하면서 전혀 다른 선수로 변신한다는 뜻이다.
LG는 1990·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과 1997·1998·2002년 준우승을 일궈내며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후 10년간 4강에 진입하지 못했고, 21년간 밑바닥에서 헤맸다. 팀이 부진한 가운데 공교롭게도 2000년대 들어 팀을 떠난 선수들이 거짓말처럼 맹활약하는 사례가 늘었다.
대표적인 선수가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다. 2005년 LG에 입단한 박병호는 2011년 7월31일 넥센으로 트레이드됐다. 바로 그해 첫 두 자릿수 홈런(13개)을 달성하더니 이듬해 홈런왕(31개)에 올랐다. 2015시즌까지 4년 연속 홈런왕 자리를 차지하는 등 해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홈런(2013년 37개·2014년 52개·2015년 53개)을 때렸다.
서건창(27·2012년 이적)도 LG를 떠나 넥센에서 꽃을 피웠다. 서건창은 2008년 LG에 입단했으나 곧 방출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넥센 이적 첫해인 2012시즌 신인왕과 2루수 골든글러브를 시작으로 2014시즌에는 프로야구 역대시즌 최다안타(201안타)로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kt에는 KIA를 거쳐 온 김상현(36), 이대형(33)과 박경수(32), 이진영(36) 등이 모였다. 김상현은 2009년 KIA로 트레이드 되자마자 폭발했다. 타율 0.317에 36홈런 126타점을 기록, 시즌 MVP까지 따냈다. LG(2003~2013년)에서 11년을 뛴 이대형은 2014년 자유계약선수(FA)로 KIA에 입단하면서 슬럼프를 털어냈다. 현재는 kt에서 타율 0.331를 기록하고 있다.
10년(2003~2014년)간 LG에 몸담은 박경수도 지난해 kt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 첫해인 2015시즌 프로 첫 두 자릿수 홈런(22개)을 기록하더니 올 시즌 주장으로 임명되며 타율 0.288 30안타(13일 현재)를 기록 중이다. 이진영(36)도 올 시즌 kt로 옮겼다. 지난해(0.256)보다 높은 타율(0.362)로 기량을 되찾고 있다.
이용규(31·한화)는 2004년 LG에서 데뷔했으나 52경기에 출장해 타율 0.129, 8안타로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이듬해 KIA로 팀을 옮겼다. KIA에선 180도 달라졌다. 11년 연속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하며 국가대표 리드오프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한화에서는 타율 0.341, 168안타를 기록했다.
지난해 시즌 도중 SK로 이적한 정의윤(30)은 타율이 급상승(0.258→0.342)했고 시즌 홈런 열네 개를 모두 SK에서 때렸다. 정의윤은 박병호의 길을 따라가고 있다. 지난해 NC 풀타임 주전 포수로 발돋움한 김태군(27)까지 합하면 LG에서 나온 선수들로 한 팀을 너끈히 꾸린다.
LG 탈출효과의 원인에 대해서는 정설이 따로 없다. 베테랑을 중용하는 구단의 분위기가 유망주들을 위축시킨다고도 하고, 프런트와 스카우트의 선수 감별 능력이 타 구단에 비해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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