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김민영 기자] 한화투자증권이 2014년 푸르덴셜증권과 합병 후 최대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주진형 전 대표 시절 대규모 인력 감축과 주가연계증권(ELS) 투자 손실로 심각한 재무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됐기 때문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서울 여의도 한화금융센터빌딩 내 소유 토지와 건물을 한화손해보험에 매각한다고 전날 공시했다. 지하 7층, 지상 27층 규모의 한화금융센터빌딩은 한화손해보험과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이 나눠서 보유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소유하던 지하 7층과 지하 1층, 지상 1~8층, 지상 11층을 한화손해보험에 1327억원에 넘기기로 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자본 적정성 비율을 유지하고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유 토지와 건물을 매각하기로 했다"며 "기존에 쓰던 공간을 임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이 한화손해보험에 한화금융센터빌딩을 팔기로 결정한 이유는 악화된 재무 상황 때문이다. 한화투자증권의 올해 1분기 실적은 700억~800억원의 영업손실이 확실시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대다수의 증권사가 대규모 흑자를 보인 가운데 166억원이라는 영업손실을 봤다. 2014년 88억원 순익을 기록하며 살아나는 듯했지만 1년 만에 다시 적자로 고꾸라졌다. 한화투자증권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적자였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달 중순 실적 발표를 앞두고 수백억 원대 손실이 현실화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손실을 두고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데, 그 책임을 질 경영진들이 모두 회사를 떠났다. 주 전 대표는 지난 3월 4ㆍ13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주 전 대표가 영입해 ELS를 전담하는 세일즈앤트레이딩(S&T) 본부를 총괄하던 정해근 부사장은 주 전 대표와 함께 떠났다. 이를 두고 한화 투자증권 안팎에서는 먹튀 논란이 일고 있다. 주 전 대표와 정 전 부사장이 경영부실의 책임도 나 몰라라 한 채 수십억 원의 연봉과 인센티브 등을 챙겨 퇴사했다는 것이다.
이제 수습은 여승주 대표를 비롯한 남은 한화투자증권 임직원의 몫이 됐다. 여 대표가 공식적으로 '비상경영'을 선포하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비용 절감 등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주 전 대표가 전 직원의 4분의 1인 350여명을 감축시킨 탓에 더이상 짤 마른 수건조차 없다. 영업 현장에서는 일할 직원이 없다는 말도 들린다. 업계에서는 한화투자증권 매각설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금융센터 이외에 매각을 검토 중인 자산도 없고, 더 정리할 인력도 없다"며 "매각설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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