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12개 클럽 감독을 전전했고 그 중 7개 클럽에서는 쫓겨나기도 했다. 30년간의 감독 경력에서 단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 했다.
올해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 기적의 우승을 일궈낸 레스터시티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사진)의 지난해까지 얘기다. 그는 감독 생활 31년만인 올해, 자신의 열 세 번째 팀에서 첫 우승을, 그것도 최고의 무대라는 EPL에서 일궈냈다.
온라인 경제미디어 쿼츠(Quartz)는 라니에리가 전 세계 기업 리더들이 지향해야 할 롤모델로 떠올랐다며 그의 리더십은 오늘날 기업 경영진들의 시대정신에 완벽히 맞아떨어진다고 평했다. 쿼츠는 라니에리가 레스터시티의 기적을 일궈낼 수 있었던 이유는 핵심역량(core competence)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레스터시티의 올 시즌 핵심역량은 상대의 공을 빼앗은 후 빠른 속도의 역습 전개였다.
레스터시티 이전에 라니에리가 EPL에서 감독 생활을 한 것은 2000~2004년 첼시에서 딱 한 차례였다. 성적은 상위권이었지만 우승을 거머쥐지는 못 했다.
그랬던 그가 지난 시즌 간신히 강등을 면했던 레스터시티를 올시즌 우승으로 이끈 것이다. 첼시에서 라니에리 감독과 레스터시티에서 라니에리 감독은 다른 사람이었다.
첼시에서 라니에리의 별명은 '실험가(Tinkerman)'였다. 매 시합 때마다 전술이 바뀌었고 선발 출전 선수도 달랐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변화를 준다는 비난도 받았다.
하지만 레스터시티에서 라니에리는 가장 전술 변화가 적은 감독으로 변했다. 선발 출전 선수에도 거의 변화를 주지 않았다. 상대 공격 차단 후 빠른 역습이라는 전술에 최적화된 선수들을 집중 투입한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제이미 바디처럼 빠른 발을 가진 선수가 최적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했다. 바디는 레스터시티 우승을 이끌며 EPL 최고의 선수로 거듭났다.
쿼츠는 라니에리가 단순함을 혁신으로 구현했다고 평했다.
레스터시티의 우승이 확정된 다음날인 지난 3일 아침 레스터시티의 훈련장에는 기자들이 벌떼 같이 몰려들었다. 라니에리는 말했다. "나는 지금 매우 행복하다. 내가 만약 감독 생활을 시작할 무렵에 우승을 했다면 나는 그것을 잊어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나이가 들었고 기뻐할 줄 아는 사람이 됐다(But now I am an old man, I can celebrate)."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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