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이번주 치러질 더불어민주당·새누리당의 '2인자' 원내대표 경선이 흥행조짐을 보이고 있다. 16년만에 구축된 3당 체제로 원내대표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져서다.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국민의당이다. 국민의당은 27일 열린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에서 박지원 의원을 새 원내대표로 합의 추대했다. 이로서 박 의원은 원내대표로만 3선(選)을 지내는 진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정치적 무게감이 있는 원내대표가 탄생하자 원내지도부 경선을 앞둔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도 흥행조짐을 보인다. 새누리당에서는 김재경, 나경원, 정진석, 유기준 의원이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나·정 의원의 신구(新舊)·남녀(男女) 경쟁이 주목을 받고 있고, 더민주는 강창일, 노웅래, 민병두, 우상호, 우원식, 이상민 의원 등이 잇따라 출마를 선언하며 6자대결을 예고했다.
이처럼 각 당의 원내대표 경선이 관심을 받는 원인으로는 16년만에 탄생한 '3당체제'라는 정치지형이 꼽힌다. 어느 당(黨)도 원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원내대표의 정치력·협상력·순발력에 따라 정국이 요동칠 수 있게 돼서다.
3당의 차기 지도부가 '관리형'일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원내대표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이르면 6월, 늦어도 내년 초에 선출 될 3당 지도부의 임기는 각각 19대 대통령 선거와 연동 돼 있다. 게다가 각 당의 당헌·당규에는 당권과 대권의 분리가 적시 돼 있다. 지도형 보다는 관리형이 힘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밖에 2000년대 들어 '총재' 형 리더십이 사라진 것도 원내대표 강화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특정 정치인의 카리스마적 리더십에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정당문화가 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민주화 되며 각 의원들을 대표하는 원내대표가 주목받게 된 까닭이다.
실제 3김시대가 종언을 울린 이후 등장한 열린우리당은 2003년 기존의 원내총무를 '원내대표'로 격상시켰고, 산하에 정책위원회 의장을 배치하는 등 권한도 강화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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