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법안 심사권을 쥐고 있는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여야의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다. 여야 모두 나름의 근거를 들며 법사위원장직을 자당 몫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싸움을 벌이고 있다.
20대 법사위원장직은 여야 간 원내 협상을 통해 국회의장-운영위원장직과 맞물려 배분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여소야대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장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새누리당은 법사위원장만큼은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의장은 직권상정 등으로 법안 통과에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는 만큼 본회의 전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를 손에 쥐어야 한다는 논리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20대 국회는 여소야대, 3당체제로 야권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며 "국회 운영에 있어 '균형과 견제'를 기하려면 법사위원장직은 새누리당이 가져가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19대 국회에서 야당 법사위원장의 독단적 운영에 법안 처리에 발목이 잡혔다는 점도 이유로 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지난해 여야 지도부가 합의한 5대 쟁점법안에 대한 법사위 상정을 '국회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19대 전반기 법사위원장이었던 박영선 더민주 의원은 여야 지도부가 합의한 외국인투자촉진법의 처리를 반대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에선 법사위원장 후보로 법조인 출신이자 3선이 되는 권성동ㆍ홍일표ㆍ여상규 의원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다만,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직을 가져가게 된다면 19대 때와 비슷한 구도로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도 법사위원장 쟁탈전에 나서며 양보 없는 줄다리기를 예고했다. 특히 더민주와 함께 캐스팅보트인 국민의당까지 가세해 향후 여야 원내 협상에서 '3차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더민주는 원내 제1당으로서 국회의장과 운영위원장을 맡고, 본래 야당 몫인 법사위원장직도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국회 운영의 핵심 역할을 모두 가져갈 경우 지나친 일방 독주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어 운영위원장직은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더민주가 법사위원장직을 국민의당에 양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더민주가 국회의장을 맡으려면 국민의당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상임위 배분 협상에서 국민의당이 우위에 서 있는 상황이다. 더민주 관계자는 "여야 협상 과정에서 법사위원장직을 내줘야 할 경우 새누리당보다 국민의당에 주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당에선 3선 고지에 오른 정성호ㆍ이춘석 의원이, 국민의당에서는 박지원 의원이 법사위원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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