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지방의원은 겸직이 허용되는 명예직인데, 유급보좌관까지 제공하는 것은 지위나 신분과 충돌하는 것 같다."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난 21일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서울시의회의 시간선택제 입법보조원 채용과 관련해 한 말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귀를 의심했다. 사실 관계 자체가 잘못된 것이어서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총괄 책임자격인 행자부 장관이 한 말이라고 믿어지지 않아서다. 논리 또한 '조자룡의 녹슨 칼'로 현실에 맞지 않은 낡고 구태의연한 주장이었다.
우선 지방의원은 2005년 유급제 도입 이후 명예직이 아니다. 현재 서울시의원은 평균 연봉 6250만원, 서울지역 기초의원은 평균 연봉 4250만원을 받는 유급직이다.
국회의원들처럼 원칙적인 금지는 아니지만 2010년부터 겸직 금지 대상이 대폭 확대돼 다양한 분야의 직을 겸할 수 없다. 소관 상임위원회 직무와 관련한 영리행위를 하거나 배우자 또는 직계 존ㆍ비속이 해당 자치단체와 영리목적의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도 없다. 아예 국회의원처럼 전면적으로 겸직 금지를 강화하려는 입법 시도도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홍 장관은 또 유급보좌관들이 지방의원들에 의해 '개인 비서화'될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그 문제는 제도 자체가 아니라 시행 상의 문제점일 뿐이다.
세금 낭비 주장도 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부 예산의 60%를 실제 지출하는 지자체의 행정을 잘 살펴 씀씀이를 줄이고 비리를 예방ㆍ감시할 경우 절약되는 예산에 비하면 들어간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게 대다수 지방자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날 홍 장관은 그러면서 전임 유정복 장관의 지방의원 유급보좌관제 도입 추진에 대해서도 "남는 사람들만 나쁜 놈 만들었다"고 원망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날 저녁 홍 장관은 서울시의회의 입법보조원 40명 채용 공고를 직권 취소해 버렸다. 지방자치법이 금지하고 있는 유급보좌관 제도의 우회적 도입이라며 "위법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서울시의회는 "(중앙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며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충돌은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홍 장관은 공직 초기인 1987년 4월 강원도청의 사무관으로 부임해 한동안 지방행정 업무를 봤다. 이력만 보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이해할 것 같은데 한 쪽에만 치우쳐 있다고 느낀 건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