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정책 조율해도 법안 통과 어려워…여야간 합의 채널에 힘실릴 듯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김보경 기자]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당정협의의 위상마저 흔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와 여당이 정책을 조율해도 거대 야당에 막혀 법안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정협의를 위해 야당과의 사전조율이 필수가 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정부와 청와대, 새누리당이 지난 17일 열기로 잠정 합의했던 당정청 협의회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당초 쟁점법안 처리 방안 논의를 위해 총선 직후 당정청 협의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당 지도부 와해로 기약 없이 연기됐다. 총선 패배로 인한 충격에 휩싸여 당정청 간의 소통 창구가 막혀버린 것이다.
당 안팎에서는 당정협의의 위상이 과거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견해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교섭단체를 구성한 야당이 두 곳으로 늘어나면서 정부가 여당과 정책조율에 적극 나서기가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김성찬 새누리당 의원은 "여소야대, 양당구조가 깨지면서 정부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두 당만 상대해서 설득하고 이해시키면 됐는데 3당 체제가 됐으니 정부가 많이 힘들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19대 국회에서는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 이상을 차지해 당정협의의 상징성이 컸지만 여소야대인 상황에서는 무게감이 떨어져 보일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20대 국회에선 당정협의보다 여야간 합의점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댈 대화 채널이 활발하게 가동될 가능성이 무엇보다 클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의원은 "당정협의 결과보다 야당과 논의하는 과정에 더 비중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3당의 의견을 수렴하면 좀 더 내실 있는 정책이 나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앞서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미래일자리특별위원회 구성 제안에 환영의 뜻을 표한 바 있다.
당정협의의 위상은 19대 국회까지만 해도 상당했다. 국회에서 한 달 평균 2∼3번꼴로 정부부처 장차관들과 여당 의원들이 모여 민생 과제를 해결할 정책을 논의했다. 최근 열린 당정협의에선 누리과정 예산지원을 위한 특별법, 규제프리존특별법 등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국회선진화법이 있는 한 당정협의의 위상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선진화법 때문에 19대 국회 때도 과반의석 이상을 차지한 여당이 힘들었다"면서 "여소야대라고 해도 여야 합의로 법안이 통과된다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으니 당정협의가 위축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20대 여소야대 정국을 앞두고 다음달 집중적으로 당정협의를 개최할 방침이다. 정책에서 정부와 여당이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는 당정협의가 필수라는 판단 때문이다.
또 남은 19대 국회 임기동안이라도 당정이 최대한 성과를 내기 위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 4법과 관련해 협의를 계속할 방침이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최근 원내대책회의에서 "당 정책위는 당정협의를 재가동해서 청년일자리 등 민생 현안을 챙기고 공약 실천을 위한 후속방안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당정협의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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