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 지난 4·13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해 여소야대 정국이 만들어지면서 정부의 경제정책이 추진동력을 사실상 잃게 됐다. 여당이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차지했을 때에도 국회선진화법에 막혀 법안 처리를 못했는데, 앞으로는 정부가 주도권을 야당에 완전히 넘겨줘야 하는 상황이다.
취임 100일을 앞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확대를 통한 경제활성화 등을 추진하기 더욱 어려워졌다. 과거 최경환 전 부총리가 대부분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써버려 빈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상황에서 앞으로는 칼자루 자체를 야당에게 뺏겨버린 꼴이어서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유 부총리는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정치 상황이 새롭게 나타났지만, 구조개혁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여야가 다른 생각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저희(정부)가 잘 설명하면 구조개혁을 계획한 방향으로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금융·공공·교육 등 4대 구조개혁에 여야가 이견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15일(한국시간) 청와대에서 열린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노동개혁이 꼭 이뤄져야 한다는 신념하에 이를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창조경제 정책 추진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를 위해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박근혜정부의 구조개혁 가운데 가장 핵심으로 꼽히는 노동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지만, 야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국회에 계류된 노동개혁법안들의 통과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당초 정부는 4·13 총선이 끝나면 기간제법·파견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 등 이른바 노동개혁 5대 법안의 입법을 본격화 할 계획이었다. 이 가운데 핵심인 기간제법은 기간제근로자(비정규직)의 사용기간을 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것이 내용으로, 지난해 야당과 노동계의 반발로 인해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다가 이번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에 다시 담겼다. 파견법은 55세 이상 근로자와 용접·금형 등 뿌리산업에 파견근로를 허용하는 내용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일자리를 확대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줄이기 위해서 입법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파견과 비정규직을 양산할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20대 국회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여야의 극적 합의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새롭게 원내교섭단체로 진입한 국민의 당도 기간제법과 파견법에 대한 공식적인 반대의사를 밝힌 상태다.
향후 재정정책 등 경제정책도 손발이 묶일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총선이후 한국판 양적완화와 확장적 재정정책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할 만큼 경기가 악화된 것도 아니어서 유 부총리의 고민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금 경기상황으로는 추경 편성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앞으로 경기가 나빠지면 고려할 수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추경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치 상황마저 불리해진 정부는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유 부총리는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3.0%에서 2.8% 가량으로 낮출 가능성에 대해 "세계 전체 성장률이 3% 안팎인 상황에서 소규모 개방경제 구조인 우리만 고성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국민도 이해해주길 바란다"며 성장률 하향조정의 불가피성을 인정했다.
오는 6월 말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방향을 발표하면서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2%대로 낮출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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