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국내 수입차 재고 물량이 지난해 8만대로 연간 기준으론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누적 재고 물량도 10만대에 육박하는 등 최근 5년새 10배 가까이 늘었다. 수입차 업체들의 수요 예측과 국산차들의 선방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18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수입물량(승합차ㆍ트럭 제외)은 32만6700대인 반면 판매량은 24만3900대를 기록했다. 작년에만 8만3000대가 재고로 남은 셈이다.
수입차 재고 물량은 최근 몇년새 수입차 판매량 증가세와 비례해 움직이고 있다. 10만대가 수입된 2010년에는 9만1500대가 팔리며 8500대가 재고로 남았지만 2011년 재고물량이 처음 1만대를 넘어선 후 2012년 2만대, 2013년 3만대, 2014년 6만5000대로 꾸준히 늘고 있다. 2014년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역대 최고치인 25%의 판매 증가율을 보인 때다.
지난해에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24만3900대를 팔며 사상 첫 20만 돌파, 역대 최고 판매량을 기록하며 재고 물량 역시 2010년에 비해 10배 늘어난 8만3000대를 기록했다.
재고 비율 또한 2011년 6.9%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연간 기준 최대치인 25%를 넘어섰다. 국내로 들어온 수입차 4대 중 1대가 팔리지 못한 셈으로 2012년에는 12.4%, 2013년 16.0%, 지난해에는 24.3%였다.
이같은 추이는 경기 평택항에 위치한 차량물류센터(VDC)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곳에는 수입 브랜드별로 많게는 수천대의 차량이 보관돼 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들여오는 수입차의 인도 기간을 줄이고자 국내 법인이 물량을 미리 받아놓은 것들이 가득 쌓여 있는 것이다.
재고물량이 늘어난 배경에는 판매 증가세에 맞춰 수입 물량을 꾸준히 늘려온 수입차 업체들의 정책이 있다. 수입차 업체들은 통관 절차와 시기를 고려해 통상 3개월치 물량을 미리 확보해 놓는데 최근 수입차 수요가 늘어나자 이 물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벤츠 골프채 사건, 폭스바겐ㆍ아우디 디젤 게이트, BMW 차량 화재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판매물량이 수입물량을 제때 소화하지 못했다. 여기에 국내 완성차의 선방이 겹치면서 수입차 업체들의 수요 예측이 보기좋게 빗나간 것이다.
덩달아 치솟는 수입차 수입액도 문제다. 2014년 9조원이던 수입차 수입액은 지난해 11조3000억원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기준 재고 비율로 계산하면 수입차 재고 물량만 총 2700억원 어치다. 이는 수입차 업체는 물론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출혈 경쟁에 나서는 딜러사에게도 부담이다.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2월까지 국내로 들어온 수입차는 총 4만6000대로 이중 3만2000대만 팔렸다. 재고 물량은 1만4000대로 재고 비율은 이미 30%를 넘어섰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폭발적인 수입차 판매세에 재고가 쌓여도 결국 팔릴 것으로 판단해 대부분의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물량을 들여왔다"며 "3월 들어 수입차 판매량이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올해도 수입 물량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