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수습기자] 돌아오지 못한 것은 희생자와 미수습자 9명만이 아니었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4일 앞둔 12일 오전 기자가 찾은 전남 진도 팽목항에도 봄은 오지 않았다. 진도 읍내에서 팽목항으로 가는 2차선 도로 양쪽엔 벚꽃이 만개했다가 저무는, 봄이 한창인 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 속에서도 팽목항은 점점 일상을 찾아가고 있었다. 진도 주민 허욱배씨는 "사고가 났을 때만 해도 여기는 정상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2년이나 지났으니 차츰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허씨는 일상을 찾는다는 게 미안했던지 "진도 사람들도 나쁜 마음은 없다"며 "그분들도 모두 자식 잃은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팽목항은 아직 봄조차 오지 않았다. 팽목항에 상주하고 있는 단원고등학교 희생자 진윤희양 삼촌 김성훈(29)씨에겐 더욱 그랬다. 그는 사고 이후 2년째 쭉 이곳에 살고 있다. 아침이면 분향소를 치우고 추모객이 오면 얘기도 나눈다. 김씨는 "사고가 터지고 사고 수습이 한창일 때 시신을 모두 찾는 순간까지 이곳에 있겠다고 약속했다"며 "아직 바닷속에 은화(미수습 단원고 학생)가 있다. 모두 구할 때까지 여기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시신을 찾지 못해 돌아갈 수 없는 미수습자 가족들의 마음 속에도 봄은 아직 먼 이야기다. 마침 이곳을 찾은 미수습자 권재근씨 형인 권오복(60)씨는 기자와 만나 "사고가 나고 2년 동안 4번 집에 갔다 왔다"며 "'지낸다'기보다는 악으로 깡으로 '버티고' 있다"고 호소했다. 은화 엄마 이금희씨도 돌아오지 않는 봄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혈압에 당뇨와 갑상샘 결절까지 겹쳐 3월 병원에 입원했지만 기어코 다시 팽목항으로 돌아와 4월 초부터 이곳을 지키고 있다. 이씨는 "팽목항은 엄마가 아이를 기다리는 자리다"며 "내 아이가 바닷속에 있는데 생업으로 돌아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2주기를 맞아 부쩍 늘어난 추모객들의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차가운 분향소 바닥에 한참을 맨발로 서 있던 남승호(52)씨는 "분향소에 있는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 사진을 보고 있자니 모두 다 내 아들딸 같더라"며 "대신 아파 줄 수도, 죽어 줄 수도 없으니 가슴이 더욱 미어진다"고 말했다.
문제원 수습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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