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멕시코 공식방문을 계기로 8년전 중단된 한ㆍ멕시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청와대는 4일(현지시간) 박 대통령과 뻬냐 니에또 대통령의 한ㆍ멕시코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FTA 협상과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시 멕시코의 지원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협의체를 올해 내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현지 브리핑에서 밝혔다.
한국과 멕시코는 FTA 1차 협상을 2007년 개시했으나 2008년 6월 멕시코 자동차업계의 반대와 부정적 여론 등 때문에 중단됐다. 이번 실무협의체 개최 합의에 따라 양측이 실질적인 협상 재개로 가기 위한 전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무역ㆍ투자확대 필요성에 공감하고, 한국의 TPP 가입시 멕시코의 지지, 한ㆍ멕시코 FTA 관련 협의 개시 등 다양한 협력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실무회의를 올 4분기 중 개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FTA 협상이 재개되고 최종 타결에 이를 경우 이미 멕시코와 FTA를 체결한 일본ㆍ유럽연합(EU)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불이익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특히 자동차ㆍ철강ㆍ전자 등 주력 수출품 고관세 철폐, 최근 투자증가 추세에 맞춘 투자자 보호강화, FTA 체결국 기업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멕시코 조달시장 진출 등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반면 멕시코는 미국ㆍ유럽연합 등에 비해 경쟁조건이 불리했던 자동차, 농산품 등의 대한국 수출이 확대되고, 동북아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해 높은 대미 의존도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 수석은 "기아차를 포함한 자동차 내지 부품 업체들이 많이 진출돼 있기 때문에 과거와는 상당히 상황이 달라졌다"며 "그런 점에서는 FTA 재개에서 나오는 여러 걸림돌이 많이 해소됐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 온라인시장 진출 등 MOU 34건 체결 = 박 대통령의 이번 멕시코 방문을 계기로 양국 기관들 간 양해각서(MOU)가 34건 체결되는 성과도 냈다. 박 대통령과 니에또 대통령은 무역투자협력, 수자원협력 등 MOU 5건 서명식에 함께 임석했다.
'표준 인증 분야 협력 MOU'가 체결됨에 따라 우리 기업의 멕시코 시험 인증 비용이 절감되고 인증획득 기간도 2~6주로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교통·인프라 협력 MOU, 수자원협력 MOU, 몬떼레이 지역 가스복합사업개발 협력 MOU, 무역보험협력 MOU, 수출입은행-연방전력공사 간 업무협약 등 체결에 따라 우리 기업이 멕시코 대형 인프라 구축 사업에 참여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게 됐다.
멕시코는 국가인프라 프로그램에 따른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교통통신, 에너지, 수자원 등 6개 부문 총 743개 프로젝트에 총 59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또한 보건의료분야 MOU 8건을 체결해 원격의료시스템 수출기반을 마련하고, 의약품 GMP 상호인정으로 대 멕시코 의약품 수출이 연간 800만 달러 추가될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했다.
◆기아차공장 재협상 논란 등 기업애로 해소 추진 =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통해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투자 인센티브 제공 지연문제 및 철강제품에 대한 수입규제 조치 해소방안을 마련하는 데도 집중했다.
기아차의 경우 멕시코 누에보레온주(州) 공장을 5월 가동할 예정이지만 지난해 주지사가 교체되면서 전임자가 약속한 세금감면 혜택 등을 다시 협상하자고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기아차는 2014년 누에보레온주에 북미 제2공장을 짓기로 하면서 부지 무상 제공, 5년간 법인세 면제, 인프라 구축 등 혜택을 약속받은 바 있다.
이에 박 대통령과 니에또 대통령은 멕시코 연방정부, 주정부 및 기아차가 참여하는 3자 협의체를 구성해 문제를 해결해 가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우리 측 요청으로 멕시코 정부는 한국산 냉연강판 수입 관련 멕시코의 쿼터물량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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