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지난달 우리나라 수출 감소폭이 4개월만에 한 자릿수로 개선되며 수출 부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향후 '기저효과의 덫'을 조심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저유가와 수출감소세가 본격화 된 지 일년여를 넘어서며, 실제 경제상황과 달리 전년 대비 지표만 화려한 개선세를 나타낼 수 있는 요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수출의 25%를 책임지는 중국의 경기 부진 등 하방위험요인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기저효과에 따른 낙관론'이 오히려 경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4일 "3월에 이어 4월에도 갤럭시S7 등 신제품 효과, 국제유가 상승세 반영 효과로 수출이 개선될 것"이라며 "아직 '회복'을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음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개선세를 자신하는 까닭은 낙폭이 좁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연속 두 자릿수였던 수출 감소폭은 한 자릿수(8.2%)로 줄었다. 주력 13대 품목의 수출 감소율 역시 1월 -21.1%에서, 2월 -14.1%, 3월 -9.5%로 완화되고 있다. 여기에 원자재 값의 기저효과가 반영되는 시기 등을 고려하면 하반기부터 수출경기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최근 수출 경기 침체는 수출 물량보다는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수출 단가가 크게 떨어진 영향이 크다"며 "하반기에는 수출 경기 회복기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조심해야할 부분은 기저효과의 덫이다. 전반적인 경제흐름이 뒤바뀌지 않은 가운데 기저효과의 착각 속에 잘못된 정책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대외 경제여건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며 "올해 수출지표는 이미 수출이 감소세였던 지난해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착시효과가 커지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별 수출은 지난해 1월부터 15개월 연속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대로 급락을 시작한 시점도 이 시기다.
또 다른 민간경제연구원 관계자도 "3월 수출이 1,2월에 비해 개선됐다고는 하나 객관적 감소율 -8.2%만 따지면 좋지 않은 수치"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3월 수출액은 468억달러로 오히려 올해 3월보다 38억달러 많았다.
특히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기는 여전히 부진하다. 중국은 이달 초 전국인민대회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를 25년만의 최저치인 6.5∼7.0%로 설정했다. 그나마 하락세를 거듭하던 국제유가가 최근 반등했지만, 이란의 원유수출 가세 등으로 전망도 밝지 않다.
강내영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수출산업경기전망(EBSI) 조사 결과 2분기도 1분기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며 "대외변수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최근 수출 둔화는 경기적 요인 외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수출 단가와 선진국 및 중국의 경기 회복세, 자동차ㆍ선박 등 주요제품의 수요, 주력산업의 경쟁력 등을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