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청법 취업제한제도 최초 판례…"취업제한기간 개별적 심사도 하나의 대안"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성인 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10년간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의료인으로 취업할 수 없도록 한 법 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31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제44조 제1항,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6조 제1항 제12호 중 ‘성인대상 성범죄로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자’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해당 조항은 성범죄로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자가 그 형의 집행을 종료한 날부터 10년 동안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해당 기관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A씨는 2012년 10월 준강제추행죄로 벌금 300만원을 확정받았다. A씨는 2013년 4월 공중보건의사로 임용돼 근무하던 중 취업제한대상자 통보를 받았다.
B씨는 내과의원을 개설해 운영하던 원장으로 2014년 11월 강제추행죄로 벌금 500만원을 확정받았다. B씨는 의원을 자진폐업했다. A씨와 B씨는 각각 아청법 제44조 1항, 제56조 1항 등이 직업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면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성범죄로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자에 대해여 10년 동안 일률적으로 의료기관에 대한 취업을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이라면서 "성범죄 전력자 중 재범 위험성이 없는 자의 기본권에 과도한 제한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성범죄를 저지른 자들이라 하더라도 개별 범죄의 경중에는 차이가 있고, 이는 재범의 위험성도 마찬가지"라면서 "범행의 정도가 가볍고 재범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자에게까지 10년 동안 일률적인 취업제한을 부과하고 있으므로 제한의 정도가 지나치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성범죄 전과자의 취업 제한에 있어서 재범 위험성의 존부와 정도에 관한 구체적인 심사 절차가 필요하다"면서 "10년이라는 현행 취업제한기간을 기간의 상한으로 두고 법관이 대상자의 취업제한기간을 개별적으로 심사하는 방식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헌재 관계자는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의 취업제한제도에 관한 최초 판례로서, 향후 이 사건 이외의 다양한 취업제한 재제에 관한 현재 계류 중인 여러 사건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정문에는 독일의 입법례가 참조가 될 것이라고 설시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헌재는 의료인의 취업제한제도가 시행된 후 형이 확정된 자부터 적용되도록 규정한 부칙 조항은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법 시행 이후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자로 그 대상자를 한정하고 있고, 취업제한제도의 실효성을 위해 취업제한의 대상자가 되는지 여부는 취업제한의 제약을 받는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 사건 부칙조항이 과도하게 기본권을 제약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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