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한 재정…미래를 준비하는 중장기 재정전략
저출산 인구절벽·고령화 대비 재정건전성 강화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내년도 예산안 밑그림은 국가 부채관리에서 시작됐다. 수출부진과 내수위축 등으로 세입이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복지와 성장동력 확충 등 세출이 늘어나면서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열린 제17차 재정전략협의회에서 "2060년의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초과하고, 사회보험은 머지않아 고갈되는 등 재정에 큰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강력한 지출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2060년까지 국가채무 40%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중장기 계획 아래 세출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긴축 아닌 긴축'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재정사업 효율성 높여야=29일 발표된 내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에는 재정사업에 대한 조사와 평가 제도를 여러개 담았다. 당장 재정을 줄이지는 않지만 효율과 투명한 집행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다.
60조원 규모에 달하는 보조사업을 우선 손본다. 100억원 이상 신규 보조사업을 추진할 때 사전에 적격성 조사를 실시하게 되며, 시행 3년이 지난 보조사업은 폐지를 원칙으로 연장여부를 재평가하는 제도도 새로 도입된다.
또 재정당국과 사업부처,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점검반을 구성해 재정집행 현장을 조사, 비효율과 낭비 요인을 적발해 개선작업도 실시한다. 부처의 재정혁신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재정혁신지표도 도입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효율이 낮거나 낭비되는 재정지출을 차단해 나가야할 시점"이라며 "꼭 필요한 사업에 재원이 집중 투자되도록 유도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국가부채 급등…위기 앞당겨=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두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포함해 100조원이 넘는 경기부양용 재정을 쏟아 부었다.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면서 국가부채는 크게 늘었다.
2015∼201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채무는 595조1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8.5%를 기록했다. 지난 1월 국가채무는 600조원을 넘어섰으며, 연말까지 645조2000억원으로 늘어 역대 처음으로 4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재정 투입은 증가했지만 성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상황이다. 경제성장률은 2012년 이후 2014년(3.3%)을 제외하고 2%대에 머무르고 있는 셈이다. 올해도 3%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뉴노멀(저성장 장기화) 기조'에 맞춰 살림살이를 재점검해야할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더구나 부동산 경기를 살리고자 규제 완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2012년 964조원이던 가계부채도 지난해 1206조원으로 3년 만에 약 250조원 증가했다. 장기적으로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과 고령화에 의한 복지비용 폭증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현재 지출 규모를 축소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유 부총리는 "중장기적으로 여러 재정위험 요인들에 대해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미래의 재정위험까지 미리 준비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