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바람 타고…바르고 먹고 보고
[아시아경제 이주현 기자]# 한국드라마에 푹 빠져 한국여행을 계획했다는 중국인관광객(요우커) 왕귀빙씨. 그는 친구와 함께 명동 관광에 나섰다. 화장품 쇼핑은 그녀가 계획한 관광코스 중 하나. 한국 화장품은 질이 좋고 저렴해 요우커 사이에서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쇼핑을 마친 왕씨가 들른 곳은 맛집. 여행을 오기 전 미리 검색해 둔 삼계탕 집을 찾아 닭요리를 즐기고 골목 곳곳에 숨겨있는 길거리 음식들도 함께 즐겼다. 이 뿐 아니다. 왕씨는 서울 도심 뿐 아니라 교외 관광지, 평소 좋아하던 미술 작품 전시회까지 두루 즐기고 중국으로 돌아갔다.
요우커들의 관광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한국에 오면 이건 꼭 사야 한다" 같은 머스트해브 아이템, K-뷰티가 관광 트렌드를 이끌었다면 최근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 탐험부터 K-아트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여행사 한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는 중국인 단체 여행객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미리 검색을 통해 여행 코스를 짜고 자유여행을 오는 중국인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획일화 된 여행방식에서 자유롭게 맛집을 찾아가고, 평소 좋아하는 취미를 즐기는 것 등으로 다양화 되고 있다”고 말했다.
요우커들 사이에서 K-뷰티는 여전히 식지 않는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화장품은 판매금액 기준, 이미 명품 매출을 추월했으며 한류와 K-뷰티에 대한 선호가 계속되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를 강조할 수 있는 대표 제품으로 떠올랐다.
이러한 소비문화는 면세점 매출에도 이미 반영됐다. 지난해 품목별 매출 상위 1위는 화장품으로 전체 매출액의 45.5%를 차지했다. 이어 가방류(16.0%), 시계(9.6%), 담배(5.0%), 귀금속(4.2%) 등의 순이었다.
브랜드별로 보면 지난해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후’가 1위를 차지했다. 2014년까지 브랜드 매출 부동의 1위였던 루이비통을 꺾은 것이다. 후에게 1위를 내준 루이비통은 3위로 밀려났다. 2위는 아모레퍼시픽의 한방브랜드 설화수가 차지했다.
화장품 쇼핑만큼이나 요우커 사이에서 핫하게 떠오르는 인기코스는 맛집이다. 한국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치맥(치킨과 맥주)’ 문화가 중국에 전해지면서 치킨, 삼계탕, 닭갈비 같은 닭요리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해 유커들이 가장 많이 몰린 음식점은 삼계탕으로 2014년 춘절 검색어 1위였던 고깃집은 8위까지 밀려났다. 닭요리 외에도 한국을 대표하는 비빔밥이나 김치찌개 등을 즐기는 요우커들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화장품은 향후 상당기간 요우커가 선호하는 한국 고유 제품이 될 것”이라며 “식품 역시 중국 소비자의 자국 내 음식에 대한 불신의 반사이익과 한류로 인한 브랜드 제고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 주목받는 또 다른 트렌드는 ‘K-아트’. 그간 한류의 주류였던 K-팝, K-드라마 등 대중문화의 뒤를 이어 한국 미술이 새로운 주류로 떠오를 전망이다. 진원지는 2014년 해외아트페어에서 시작된 한국 단색화 열풍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단색화의 세계적 인기를 계기로 한국 미술에 대한 외국인 컬렉터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중동 부호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문가들은 대중문화에만 머물던 한류를 미술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로켈 마켓에 머물던 국내 미술시장이 글로벌 마켓으로 패러다임을 확장하고 있다”고 전망했고, 또 다른 전문가는 “한국을 대표하는 K-팝 보다 오히려 K-아트 열풍이 더 오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주현 기자 jhjh1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