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한국에 사모펀드(PEFㆍPrivate Equity Fund)가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일반 대중들은 '먹튀', '기업 사냥꾼', '구조조정' 등 부정적인 단어를 떠올리는 등 인식이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경제 민주화 차원에서라도 사모펀드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재우 사모펀드운용사 협의회장(보고펀드 대표)은 '사모펀드 10년 회고 컨퍼런스' 직후 아시아경제와 만나 "국내 PEF에 투자되는 자금은 일부 외국계 자본을 제외하면 대부분 연기금, 금융기관, 공제회의 자금"이라며 "PEF의 발전은 수많은 연기금 가입자, 공제회 회원의 이익으로 이어지는 만큼 경제 민주화를 위해서라도 PEF 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PEF 시장은 지난 2004년 12월 제도 도입 후 매년 꾸준히 성장해 2015년 총 출자약정액 58조원, 316개 PEF가 등록된 대형 시장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글로벌 PEF가 매물로 나온 기업들을 사들인 후 자금 회수 과정에서 '먹튀' 논란을 일으키며 부정적 인식이 확대됐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외국계 PEF들을 중심으로 기업 인수 후 고용축소를 비롯한 비용절감 등 단기적 처방으로 투자수익 극대화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내 PEF들도 기업들의 재무구조 개선을 넘어 사업 구조조정을 통한 본질적인 가치 상승보다 비용절감 등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매각하는 경우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 PEF들이 기업들의 재무구조 개선을 넘어 사업 구조조정을 통한 본질적 가치를 증대 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회장은 "PEF가 투자한 기업 중 실적이 개선되고 고용이 증가한 기업들도 많다"며 "할리스커피, 버거킹 등이 대표적으로 PEF 덕분에 성장을 멈추거나 영업이 축소되던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고용 또한 늘렸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PEF인 IMM 프라이빗 에쿼티(PE)는 커피 전문점 할리스를 인수해 가맹점 중심에서 직영점 중심으로 운영 구조를 바꾸고 실적과 이미지 개선에 주력했다. 그 결과 매년 30% 이상의 실적 개선을 나타내고 있고 고용도 200명에서 500명으로 늘었다. 또한 대한전선 인수 후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제공하며 기업 정상화를 약속하는 등 상생 모델도 제시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오너십 다변화에도 PEF가 역할이 있다고 이 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은 선진국들과 달리 아직 개인이나 족벌경영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며 "PEF가 국내 기업들의 대안 지배 자본의 역할을 하게 되면, 각 기업의 가치 증대의 수혜가 좀 더 다수의 국민들에게 돌아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지배의 대안 자본이 됨에 따라 경제력 집중을 완화시키고, 연기금의 수익성을 높여 국민의 노후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최근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 대기업들이 인수합병(M&A)에 소극적인데, PEF들이 들어와 대체 자본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자본이 모이면 실력도 쌓인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외국계 PEF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지만 토종 PEF들이 많은 투자금을 운용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을 받게 되면 실력있는 인력 유입과 시스템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우리 기업이나 산업 구조조정을 위한 국내 PEF 역할 확대를 위해 모험자본 확대 및 핵심 투자자인 연기금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해외는 PEF 투자자가 연기금, 학교 재단, 펀드 오브 펀드, 패밀리 오피스 등으로 다양하고 투자자 수도 많지만 국내 PEF 투자자는 연기금이 절대적이다. 국내 PEF 시장에서 연기금 비중은 제도 도입 초기 25%에서 2014년 51%로 급증했다. 그는 "국내 PEF 시장에서는 장기 투자 자금 공급자가 많지 않고 그나마 여력이 되는 연기금은 원금 손실 리스크를 부담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연기금이 고위험ㆍ고수익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내부 정서와 시스템을 갖추고 PEF 운용사도 꾸준하게 실력을 쌓아나간다면 국내 PEF가 의미있는 자본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PEF 시장이 도입 10년을 맞은 가운데 국내 첫 토종 PEF인 보고펀드를 출범시킨 이 회장은 이제 또 다른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검증된 해외 전문 투자그룹들과 제휴해 국내 투자기관들이 해외에 투자 확대에 좀 더 편안히 나설 수 있도록 도와 주며, 국내 사정에 밝지 않은 해외 투자 펀드들이 국내에 투자할 때 토종 자본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며 "국내 PEF 도입 10년이 지나 2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더욱 다양한 대체 투자수단을 개발해 우리 사모펀드시장 발전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담=전필수 증권부장
정리=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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