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수원)=이영규 기자] 4월 총선을 앞두고 경기북부지역 예비 후보들을 중심으로 경기도를 남과 북으로 나눠야 한다는 '분도(分道)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분도론은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2년 대선후보 당시 공약하면서 처음 정치권에 등장했다. 이후 선거철만 되면 분도론은 단골메뉴가 됐다.
분도론자들은 북부지역이 남부지역과 함께 경기도라는 하나의 거대 수도권에 묶이면서 각종 중첩규제를 받아 개발이 안 되고 있다며 지역발전을 위해 분도가 최선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18일 경기도에 따르면 양주지역에 출마한 새누리당 김성수(63) 예비후보는 '경기북도' 신설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김 예비후보는 "경기북부는 수도권정비계획법, 군사시설보호구역, 상수원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 등 각종 중첩규제로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경기북도 신설은 이 같은 역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고, 나아가 경기북부 주민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의정부을 지역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김민철(48) 예비후보도 "이제 경기북도가 신설돼야 할 때"라며 "자족기능을 가진 '평화특별자치도'로 단계적으로 독립시켜 중첩 규제를 받지 않고 발전 가능성 있는 광역자치단체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현역 의원으로 포천ㆍ가평지역에 출사표를 던진 새누리당 김영우(59) 예비후보는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신설을 계기로 행정구역도 경기북도로 나뉘어야 한다"며 "19대 국회의원 시절 관련 법안을 만들어 놓은 상태"고 밝혔다.
분도론은 1992년 대선공약으로 정치권에 첫 등장한 뒤 선거철마다 단골메뉴로 나왔다. 특히 2004년 당시 열린우리당(현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 등 경기북부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이 지방선거를 겨냥해 '경기북부발전기획단'을 조직해 경기분도론에 불씨를 지폈다.
2014년 6월 경기지사 선거 때는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경기북부지역 기초단체장 선거에 나선 같은 당 후보들과 '평화통일특별도' 정책 협약을 맺어 분도를 구체화하기도 했다.
시민단체들도 이런 움직임에 가세해 2007년부터 경기북도신설추진운동연합회, 경기북도신설운동추진본부 등을 결성해 정치권에 분도를 촉구했다.
최근에는 분도론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외형적으로 경기북부를 나누더라도 전혀 다른 광역자치단체에 뒤지지 않는다는 게 긍정론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경기북부지역 인구수만 보더라도 320만명이 넘어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서울, 경기남부, 부산, 경남에 이어 5번째로 규모가 크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경기북부에는 경기도 북부청사를 비롯해 경기도교육청 북부청, 의정부지법ㆍ지검, 경기북부노동청ㆍ보훈청ㆍ병무청 그리고 조만간 개청할 경기북부경찰청까지 들어서 광역자치단체가 갖춰야 할 조건은 확보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분도의 핵심 주체인 경기도와 남경필 경기지사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남 지사는 2014년 도지사 당선 뒤 그해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분도는 경기도의 역사와 정통성을 외면하는 행정구역 개편"이라며 "분도 논의는 단순한 행정구역 변화뿐 아니라 도민의 협력과 단결분위기를 저해함으로써 국가통합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 지사는 특히 "중국 산둥성 인구는 경기도의 7.8배, 면적은 15.4배이고, 세계 각 국 역시 대도시권 중심의 경쟁체제 구축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분도는 경기도의 경쟁력 약화와 함께 경기북부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서도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