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주택 매매 급감·청약 미달 속출하자 4월 이후로 늦춰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대출을 죄자 주택시장이 얼어붙었다. 지난달 수도권부터 주택담보대출 심사가 강화되고 주택 공급과잉 논란까지 불거지며 기존 주택 매매 거래는 물론 분양시장 분위기마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청약 미달단지 속출에 분양 시기를 뒤로 미루는 단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8일 부동산정보 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최근 총 1만1418가구(일반물량 1만1035가구) 규모, 15개 단지의 분양 시기가 이달에서 4월 이후로 미뤄졌다.
동일건설이 경북 예천군 호명면 경북도청이전신도시 B2블록에 1499가구(일반물량) 규모로 공급하는 '경북도청이전신도시 동일스위트' 분양 일정은 3월에서 오는 5월로 연기됐다. 또 '양주신도시2차 e편한세상(1160가구)'과 'e편한세상 초량(548가구)' '스카이시티자이(1034가구)' '오산 센트럴 푸르지오(920가구)' 등도 4월로 분양 시기가 한 달 늦춰졌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공급량을 두고 과잉이라고 볼 것인지에 대한 세미나가 열릴 만큼 분양시장에 대한 수요자들의 시각이 보수적으로 바뀌었다"며 "이 탓에 건설사들도 성급하게 분양에 나섰다가 사업 자체가 망가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면서 분양시기를 차일피일 미루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4월에 총선이라는 큰 이슈도 있어서 일단 이 이후로 연기해 놓고 상황을 지켜보자는 심리가 강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청약마다 수백대 1의 경쟁률로 '동탄 불패'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A36블록에 들어서는 포스코건설의 더샵은 3월에서 4월로, A95블록에 공급되는 롯데건설의 뉴스테이는 오는 5월로 분양 시기가 연기됐다.
건설사들의 '눈치보기' 현상은 기존 주택 매매 거래량이 줄어들고 분양시장에서 청약 미달이나 경쟁률 하락 등이 눈에 띄게 늘어나며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주택 매매 거래량은 6만2365건으로 전년 동월(7만9320건) 대비 21.4% 줄었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같은 기간 5만7418건에서 3만9695건으로 30.9% 급감했다. 이 같은 거래 위축에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달 29일 기준 전주보다 0.01% 떨어지며 3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사상 유례없는 주택 공급에 우려가 높아졌던 미분양 주택 물량은 지난 1월 말 6만606가구로 3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다만 지난해 10월 3만2221가구에서 12월 6만1512가구로 급증한 뒤 소폭 하락한 것으로 미분양 우려는 여전하다.
청약에서도 입지와 브랜드에 따라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 전국에서 청약 실시한 18개 단지 중 6개 단지가 순위 내 청약을 마감하지 못했다.
전북 완주군에서 분양한 119가구 규모의 '고산 더리치 아파트'에는 단 한 가구도 순위 내 청약 접수를 하지 않았다. 청약경쟁률도 하락세다. 지난 1월 전국 아파트 신규 분양에 참여한 총 청약자 수는 5만4886명으로 전년 동기(11만6143명)의 절반에 불과했다. 총 청약자 수가 41만5458명에 달했던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무려 86% 이상 줄었다.
함 센터장은 "금융당국이 주담대 규제만 한다고 했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 보증심사 강화와 은행의 집단대출 규제 등이 겹치며 수요 심리가 냉각되고 있다"며 "역세권이거나 그동안 물량 공급이 극히 적었던 지역에 공급되는 단지 등 비교적 사업성이 좋은 곳 일부를 제외하고는 분양 시기를 늦추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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