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개막하는 전인대, 리커창 총리 업무보고 '주목'
WSJ 등 외신 "성장과 개혁 사이서 딜레마 빠진 中, 명백한 메시지 내놔야" 압박
지난해 GDP 성장률 6.9%, 올해와 향후 5년 경제 성장률 목표치 첫 공개
좀비기업 퇴출·국유기업 구조조정 등 공급 측면 개혁 구체안 및 국방예산 증가폭도 관심
[베이징=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5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하루 앞두고 국제사회가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총리가 직접 나서는 전인대 업무보고는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의 하이라이트로, 중국 경제의 방향성을 대내외에 공인하는 자리다.
특히 올해는 새해 벽두부터 중국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위안화 가치 평가절하로 인한 자본 유출 등 중국발(發)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상황 속에 양회가 열리면서 서방 국가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날 미국 경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은 중국 정부가 성장과 개혁 사이에서 깊은 딜레마에 빠졌지만 이번 양회에서는 명백한 정책 메시지를 반드시 내놔야 한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홍콩 소재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루이 쿠이지스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는 여전히 성장과 개혁 두 정책 기조를 놓고 갈피를 못 잡고 있다"며 "확실한 메시지를 줘야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중국 정부가 좀비기업(한계기업) 퇴출과 과잉 설비 해소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급 측면의 개혁, 국유기업 개혁, 금융권 개혁, 빈곤 탈출 등 중국 경제를 둘러싼 각종 불확실성 해소에 어떻게 대응할 지가 이번 양회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1시간여 이상 연단에 서는 리 총리의 '2016년 업무보고'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올해와 향후 5년 동안의 중국 경제 성장률 목표치다.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9%로, 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해 이날 리 총리의 발언에 따라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방향과 수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껏 중국 정부는 '7% 안팎'과 같이 특정 수치를 목표치로 제시해 왔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6.5~7.0%' 등 구간을 설정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목표치 미달 시 중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올해는 특히 시진핑(習近平) 정권이 독자 수립한 '제13차 5개년 계획(13·5 규획, 2016~2020년)'을 시작하는 첫 해로, 중국은 양회를 통해 '바오치(保七·매년 7%대 경제 성장률 유지)' 시대를 끝내고 6%대 중속 성장을 통한 '신창타이(新常態·뉴 노멀)' 진입을 국제사회에 공식화한다는 계획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해부터 수 차례 강조한 공급 측면의 개혁과 관련한 어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준비했을 지도 관심사다. 공급 측면의 개혁은 한계에 몰린 좀비기업 청산과 부동산 재고 정리, 과잉 생산 업종의 구조조정 등을 골자로 한다.
이들 문제는 부실채권 규모를 눈덩이로 불리면서 중국 금융권은 물론 경제 전반에 위기를 몰고 올 뇌관으로 꼽히고 있어 중국 정부로서도 골칫거리다. 지난해 중국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2007년 166%에서 247%까지 확대됐다. 2020년에는 300%를 훌쩍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WSJ는 "중국 정부가 이번 양회를 계기로 좀비기업 문제 해결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지만 개혁의 속도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전했다.
외국 자본에 대한 규제 완화 등 문호 개방과 금융권 개혁 정책도 대거 쏟아질 전망이다. 이는 최근 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양회를 목전에 두고 중국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는 등 자본 유출과 외환보유액 감소, 재정적자 확대로 인한 중국 정부의 고민이 깊다는 것을 방증한다.
중국의 1월 외환보유액은 3조2300억달러로, 3년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으며 3조달러 붕괴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중국 경제 매체 제일재경일보는 "중국 정부가 외국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규제 완화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제 정책 외에는 중국이 올해 국방예산을 얼마나 늘릴 지에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시 주석은 올해를 '군사굴기'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내면서 항공모함 추가 건조 계획을 밝히는가 하면 새로운 전략미사일 운용 부대인 '로켓군' 창설에도 나섰다. 중국의 국방예산은 최근 몇 년 동안 연평균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왔는데, 올해는 증가율이 20~30%에 달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 밖에 중국 정부는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해 공공서비스를 개선하고 7000만명에 이르는 농촌 빈곤층 퇴치 프로젝트를 실시하는 등 대중 친화적 정책도 내놓는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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