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올해 상반기 통신 업계 최대 관심사중 하나인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 계획안이 이번 주 윤곽을 드러낼 예정이다.
어떤 주파수를 획득하느냐에 따라 각 이동통신사의 사업 전략과 경쟁력에도 큰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주파수 경매 계획안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로서는 주파수 경매 대금이 곧 세수로 연결되기 때문에 흥행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너무 경쟁을 부추길 수도 없기 때문에 균형있는 경매 계획안을 내놓아야 한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는 내달 4일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미래부는 오는 4월로 예정된 주파수 경매 계획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부는 700메가헤르쯔(㎒), 1.5기가헤르쯔(㎓), 2.1㎓, 2.6㎓ 4개의 주파수 대역에서 총 140㎒폭에 대해 경쟁을 통해 주파수를 할당(주파수 경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부는 앞서 실시한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에서 후보 사업자들로 하여금 2.5㎓와 2.6㎓ 대역에서 각각 40㎒폭의 주파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이 불발로 끝나면서 두 주파수 모두 이번에 경매로 나올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2.5㎓는 당초 신규 이동통신 사업자용으로 남겨두었던 것이고 TDD(시분할) 방식이어서 이번 주파수 경매에는 제외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연내에 확정할 'K-ICT 스펙트럼 플랜'에서 TDD 주파수 할당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K-ICT 스펙트럼 플랜은 종전 '모바일 광개토 플랜'에서 이름이 바뀐 것이다.
◆'황금주파수' 2.1㎓는 누구 품에?=이번 주파수 경매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주파수 대역은 2.1㎓ 주파수 대역에서 경매로 나오는 20㎒폭이다.
2.1㎓ 대역에서는 SK텔레콤이 사용하던 60㎒폭과 KT가 사용하던 40㎒폭이 모두 올해 연말에 사용기간이 종료된다. 이중 SK텔레콤과 KT가 LTE 및 3G 용도로 사용하던 총 80㎒(40㎒+㎒)은 재할당하고 SK텔레콤이 사용하던 20㎒폭만 경매를 실시할 계획이다.
경매로 나오는 폭은 20㎒에 불과하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주파수 대역과 묶어서 총 40㎒폭의 광대역 주파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동통신 3사가 모두 눈독을 들이고 있다.
2.1㎓ 주파수를 놓고 가장 경쟁을 벌이고 있는 곳은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다. LG유플러스는 이 주파수를 차지하면 원래 자사가 사용하고 있든 20㎒폭과 붙여서 2.1㎓ 대역에서 광대역 LTE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원래 이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고 있었던 SK텔레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 역시 20㎒폭을 확보하면 2.1㎓ 대역에서 광대역 LTE 서비스를 할 수 있다. 이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주파수이기 때문에 추가 투자비가 적게 든다는 점도 이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2.1㎓ 주파수 할당 방안을 발표하면서 어느 사업자가 가져가든 광대역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 주파수를 할당받은 사업자쪽으로 이동시켜주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KT도 2.1㎓ 대역의 20㎒폭 주파수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KT도 이 주파수 대역을 확보하면 기존 LTE 주파수와 묶어서 광대역 LTE를 제공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2.1㎓ 대역 경매의 변수는 경매를 실시하지 않고 재할당하는 80㎒폭의 재할당 대가에 달려 있다.
LG유플러스는 전파법에 따라 80㎒폭의 재할당대가를 20㎒폭의 주파수 경매가와 연동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폭의 경매가가 올라갈 수록 각각 40㎒폭을 재할당받아야 하는 SK텔레콤과 KT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SK텔레콤과 KT는 경매가와 재할당대가를 그대로 연동할 경우 LG유플러스에 특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매가와 재할당 대가를 어느정도 연동할지에 따라 SK텔레콤과 KT의 경매 전략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차선은 2.6㎓?=이번 주파수 경매에서는 2.6㎓ 대역에서 총 60㎒폭이 경매로 나온다. 60㎒폭이 연속 대역은 아니고 40㎒폭과 20㎒폭이 분리돼 있다.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광대역 주파수인 40㎒폭이다.
현재 2.6㎓ 대역에서 LTE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사업자는 LG유플러스뿐이다. SK텔레콤과 KT는 40㎒폭을 확보하면 2.6㎓ 대역에서 추가로 광대역 LTE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LG유플러스는 기존 40㎒폭에 40㎒폭을 더하면 2.6㎓ 대역에서 총 80㎒폭을 독차지할 수 있다.
2.1㎓ 대역에 사활을 걸고 있는 LG유플러스는 겉으로는 2.6㎓ 대역에 관심이 없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현재까지 연속된 80㎒폭을 이용해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도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5세대(G) 이동통신에서는 이같은 기술도 가능하기 때문에 확보해 놓을 경우 상당한 경쟁력이 될 수도 있다.
SK텔레콤이나 KT는 2.6㎓ 대역 경매에 LG유플러스의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SK텔레콤과 KT가 2.1㎓ 대역 주파수 확보에 실패했을 때 차선으로 생각하는 주파수가 2.6㎓ 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과 KT 입장에서 2.6㎓는 아무런 투자도 하지 않은 주파수여서 투자비가 많이 든다는 점에서는 2.1㎓에 비해 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6㎓ 역시 전세계적으로 LTE 주파수 용도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 대역이기 때문에 트래픽이 집중되는 도심에서 활용 가치가 높다는 분석이다.
◆700㎒ 주파수, 의도적 무관심?=이번 주파수 경매에서 이상하리만큼 화두가 안되는 주파수가 700㎒대역이다. 700㎒ 주파수 대역은 지난해 지상파방송사들이 UHD(초고화질) 용도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 통신 업계와 학계에서 크게 반발하고 지켜냈던 주파수 대역이다.
당시에 통신 업계에선 "전세계적으로 700㎒는 이동통신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주파수 대역으로 활용가치가 높은 황금주파수"라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이번 경매에서는 이동통신 3사중 700㎒ 주파수에 대해 겉으로 관심을 보이는 사업자는 없다.
하지만 실제로 주파수 경매에 돌입하면 700㎒ 대역 역시 적지 않은 경쟁이 예상된다. 가장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KT와 SK텔레콤이다.
경매로 나오는 700㎒ 주파수는 동일 대역에서 재난안전통신망용으로 배분된 20㎒폭의 주파수와 붙어 있다. KT와 SK텔레콤은 국가재난망 시범 사업자로 선정됐기 때문에 올해 본 사업도 그대로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어차피 투자해야 하는 대역이니 만큼 700㎒ 주파수를 확보하면 투자비를 아낄 수 있다. 국가재난망의 표준은 LTE에서발전한 PS(공공안전)-LTE 방식으로 기술방식도 유사하다.
또 향후 국가재난망과 민간의 상용망을 연동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될 경우 700㎒의 주파수 가치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공정경쟁 Vs 세수 확보 Vs 소비자 부담=주파수 경매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수조원의 돈이 왔다 갔다 하는 만큼 사업자뿐 아니라 정부도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 가장 큰 기준이 되는 것은 공정경쟁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동통신사들마다 서로 주장하는 '공정경쟁'의 기준은 다르다.
현재 SK텔레콤은 총 155㎒폭, KT는 135㎒폭, LG유플러스 100㎒폭의 주파수를 보유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가장 많은 주파수를 보유하고 있으나 가입자도 역시 가장 많아 가입자당 주파수 보유량은 가장 적다. SK텔레콤은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 이 점을 고려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특정 사업자가 좋은 주파수를 독차지할 경우 이동통신 시장의 쏠림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KT는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 이동통신 3사가 모두 광대역 주파수를 동일하게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파수 경매 대금은 사업자 입장에서는 비용이다. 경매가 지나치게 과열돼 경매대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 이동통신 서비스의 원가에 악영향을 미치게 돼 결국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내심 세수 확보 차원에서 경매가 흥행을 이루어 낙찰가가 올라가는 것을 원하고 있다. 주파수 경매대금은 방송통신발전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으로 각각 45대55의 비율로 나눠서 귀속된다. 이 자금은 정보통신기술(ICT) 및 방송콘텐츠 재원으로 활용된다.
주파수 경매가 이동통신 3사의 나눠먹기 식으로 흘러가서도 안되지만 어느정도 흥행도 필요한 이유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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