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검찰은 법원의 카카오톡 압수수색 취소 결정에 불복하고 대법원의 판단을 구하기로 했다. 수사를 위해서는 당사자 모르게 대화내용을 확보하는 기존 관행을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다.
26일 서울중앙지검은 앞서 서울중앙지법이 세월호 추모집회 '가만히 있으라'를 기획한 대학생 용혜인(26)씨의 준항고 청구를 받아들인 결정에 대해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용씨는 2014년 5월 18일 열린 세월호 추모집회의 제안자다. 수사당국은 이 집회를 불법집회로 규정해 용씨를 재판에 넘기는 과정에서 집회 전후 열흘간 용씨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압수했다. 팩스로 보낸 영장사본 하나에 그해 5월 12~21일 용씨가 주고받은 대화내용 및 사진·동영상, 대화 상대방의 아이디·대화명 등이 고스란히 넘어갔다.
같은 해 11월 검찰이 '집회 시간·장소가 경찰 예상을 벗어나 불법'이라며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하고 난 뒤에야 이를 알게 된 용씨는 자신에게 통보도 없이 부적법한 절차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며 준항고를 냈고,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취소 결정했다.
구금·압수 등 수사당국의 부당한 처분은 준항고 청구를 통해 법원이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고, 수사당국이 이에 불복하려면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을 때라야 한다.
검찰은 과거 대법원 판례에 비춰 이번 준항고 사건 관련 법원의 ‘급속을 요하는 때’에 대한 해석이 위법하다는 논리다. 대법원은 2012년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범민련 남측본부 간부들에 대해 유죄를 확정하면서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을 통지하지 않아도 되는 '급속을 요하는 때'란 압수·수색영장 집행 사실을 미리 알려주면 증거물을 은닉할 염려 등이 있어 압수·수색의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경우“라고 판시했다.
검찰은 강제수사의 실효성에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용씨 사건의 경우 불법집회의 배후 공모자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이 발부해 집행된 것”이라면서 “이를 사전에 통지하면 결국 공범이나 그 배후가 증거인멸에 나설 위험이 커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배후를 밝혀내기 위해서라도 용씨 몰래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확보해야 했다는 논리다.
용씨 사건에서 준항고 사건 재판부는 “다음카카오가 서버에 보관하고 있는 대화내용과 계정 정보 등은 피의자가 접근해 정보를 숨기거나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영장집행사실을 미리 알려주더라도 증거물을 숨길 염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법원이 검찰 손을 들어줄 경우 자칫 구금·압수 등 강제처분으로 인해 직접 자유를 침해받는 피의자 본인이 증거인멸을 할 수 없는 경우까지도 ‘잠재적’인 배후자의 증거인멸을 막는다는 명목 등으로 광범위한 증거 수집의 길을 열어줄 우려가 제기된다.
다음카카오가 발표한 지난해 수사·정보기관의 이용자 계정에 대한 압수수색은 50만7124건, 카카오톡 채팅방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정보가 넘어간 계정수는 29만320건 규모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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