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나폴레옹이 까망베르 처녀에게 갑자기 키스한 까닭

시계아이콘01분 48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빈섬의 '푸드스토리' - 치즈 속에 숨은 콤콤한 사랑과 절망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살바도르 달리 의 그림 '기억의 고집'을 기억하는가. 거기엔 시계들이 권태로운 형상으로 쭉쭉 늘어지거나 모서리에 찰싹 달라붙어 있다. 거기엔 가위 눌린 삶이 치즈처럼 들러붙어 불길한 무위(無爲)로 흘러간다. 오후의 식곤(食困)이던가. 아니면 완전한 절망이던가. 화가 달리는 이 그림을 그리고 나서 4년 뒤의 어느 메모쪽지에 이렇게 쓴다.


"시간은 우리에게 다만 비판적인 까망베르 치즈일 뿐이다."

까망베르 치즈가 어떤 비판의 사유를 펼칠 수 있는 존재는 아니되 까망베르 치즈의 큼큼한 맛과 쫄깃한 질감 그리고 엉겨붙은 덩어리가 녹아내리는 그 형상적 특징은 충분히 우리 삶을 향해 비판적 관점을 환기시킨다.


나폴레옹이 까망베르 처녀에게 갑자기 키스한 까닭 달리 '기억의 고집'
AD


스페인 화가였던 달리는 유난히 프랑스의 까망베르 치즈를 좋아했던 사람이었다. '기억의 고집'을 그린 건 지금부터 70년쯤 전이다. 그때에도 이 치즈는 유럽의 명브랜드였다. 그는 치즈를 우물우물 씹으면서 그의 메모에서 말하고 있는 어떤 착상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의 착상 속에서 까망베르 치즈는 의미심장한 문제의 중심이 되고 삶 속에 내재하는 치명적인 부실이 된다. 그리고 그는 그림을 그려나간다. 말하자면 '기억의 고집'은 바로 까망베르 치즈에 관한 초현실적 풍경인 셈이다.


프랑스 까망베르 마을 앞에는 200여년 전 처음으로 그 치즈를 만들었던 어느 여인의 송덕비가 서 있다. 그리고 깨끗하고 널찍한 길이 언덕 위로 치닫고 있던 마을에는 동사무소와 성당, 그리고 코딱지 만한 치즈박물관 외에는 집이랄 게 별로 없었다. 민가들은 모두 어디에 숨었을까. 여기서 치즈를 만들어 세계를 놀라게 했던 그 무명의 손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을까. 1991년 여기선 큰 잔치가 벌어졌다고 한다. 까망베르 치즈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이 잔치에 이 치즈의 영광과 역사를 기억하는, 숨어있던 사람들이 많이 몰려나왔겠지만 그들은 다시 숨어있는 어디론가로 들어가고 까망베르 마을엔 겨울을 부르는 늦가을의 스산한 바람과 눈을 떼어다놓을 듯이 먹먹하게 펼쳐진 목초지만 보였다.


나폴레옹이 까망베르 처녀에게 갑자기 키스한 까닭 나폴레옹(1769-1821)



나폴레옹이 까망베르 치즈를 먹은 뒤 황후 조세핀의 그것 냄새와 같다고 말했다는 이야기, 그래서 까망베르 마을의 한 술집처녀에게 프렌치 키스를 퍼부었다는 이야기. 그것은 치즈가 자아내는 에로틱한 상상력일까. 이 마을 주민들의 입에서 세상 사람들의 또다른 입으로 퍼져나간 어느 사랑방의 잡담들의 과장법일까.


어쨌거나 거기엔 오래된 것, 숙성기간이 꼭 필요한 삶의 어떤 부위를 바라보는 기억의 고집같은 게 있다. 지나간 것은 콤콤하게 발효하여 늘 내 그리움의 미각을 자극한다. 물론 거기엔 싫고 버거웠던 것을 건망증이란 이름으로 떼어내고 좋은 기억으로만 채우는, 인간의 오래된 약점도 가세하고 있다. 그 약점은 역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좋은 기억들은 세월이 떼어내고 대신 굵직한 악몽 하나로 내내 몸서리치는 그런 기억의 고집도 있다.


나폴레옹이 까망베르 처녀에게 갑자기 키스한 까닭 황후 조세핀



그러나 살바도르 달리가 가장 끔찍하게 생각한 것은 권태의 형상이었으리라. 치즈에는 알 수 없이 매캐하게 감도는 슬픔의 뉘앙스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까망베르에는 레드 와인이 잘 어울린다. 그걸로 혀끝과 입속을 씻어내리며 쓸쓸히 펑펑 울고싶기도 한.


치즈에는 호머의 오딧세이(여기에 치즈 이야기가 처음 나온단다) 이래로 소젖에 붉은 부리를 들이대며 그 영양을 빨고 살아온 인간들의 배고픈 삶이 매달려 있다. 사람 젖을 먹으면 사람이 되고 소 젖을 먹으면 소가 되리라는 상식적인 등식을 감안한다면 그 유럽의 수많은 구순(口脣)들은 이제 음메 하고 울 때가 지났고 그 살이의 걸음들은 우보(牛步)의 튼실함과 느림으로 바뀌어 있어야 하지만, 아직도 사람은 사람이고 젖소는 여전히 젖소였다. 젖소들은 여전히 자기 새끼 아닌, 나를 포함한 다른 새끼들을 먹이는 유모들이었고 목숨을 새치기하는 뻐꾸기의 비열처럼 치즈의 역사 또한 인간의 얌체짓과 생존 방식의 불완전함을 묵묵히 말해주는 증거들이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2115:53
    '뷔 얼굴' 하나로 국적이 바뀌었다…한국어만 들어가면 불티나게 팔려
    '뷔 얼굴' 하나로 국적이 바뀌었다…한국어만 들어가면 불티나게 팔려

    지난달 일본 최대 뷰티 편집숍 '앳코스메 도쿄(@come TOKYO)'는 일본 뷰티 브랜드 '윤스(Yunth)' 팝업스토어 입장을 기다리는 대기줄로 북적였다. 일본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관광객이 자주 찾는 쇼핑의 거리 '하라주쿠'에 위치한 매장은 K팝 아이돌인 방탄소년단(BTS) 뷔의 대형 사진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윤스는 지난해 10월29일 뷔를 앰버서더로 발탁했다. 이 때문에 일부 방문객들은 윤스를 K뷰티 브랜드로 오

  • 26.01.2107:05
    "韓국적 갖고싶다" 뜨거운 인기…日돈키호테 점령한 K뷰티⑦
    "韓국적 갖고싶다" 뜨거운 인기…日돈키호테 점령한 K뷰티⑦

    지난달 일본 최대 뷰티 편집숍 '앳코스메 도쿄(@come TOKYO)'는 일본 뷰티 브랜드 '윤스(Yunth)' 팝업스토어 입장을 기다리는 대기줄로 북적였다. 일본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관광객이 자주 찾는 쇼핑의 거리 '하라주쿠'에 위치한 매장은 K팝 아이돌인 방탄소년단(BTS) 뷔의 대형 사진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윤스는 지난해 10월29일 뷔를 앰버서더로 발탁했다. 이 때문에 일부 방문객들은 윤스를 K뷰티 브랜드로 오

  • 26.01.2009:48
    저렴해서 미국인도 푹 빠졌다…"오늘은 라면에 김치" 외신도 감탄한 K푸드⑤
    저렴해서 미국인도 푹 빠졌다…"오늘은 라면에 김치" 외신도 감탄한 K푸드⑤

    "전 세계에서 K푸드에 대한 수요가 식을 줄 모른다." 미국의 경제 뉴스 채널 CNBC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한국 식품의 글로벌 확산세에 대해 이같이 조명했다. 이 방송은 특히 라면을 K푸드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품목으로 지목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K팝과 한국 드라마에서 라면이 자주 노출되면서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앙아시아와 중동 지역까지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물가 인상과 생활비 상승도 비교

  • 26.01.2007:16
    "힙하다 힙해" 퇴근길 치맥에 한국 화장품 싹쓸이까지…일상에 스며든 'K'④
    "힙하다 힙해" 퇴근길 치맥에 한국 화장품 싹쓸이까지…일상에 스며든 'K'④

    지난 15일(현지시간) 오후 7시 미국 뉴욕 맨해튼 32번가 K타운. 한국 치킨 브랜드 BBQ 매장은 '치맥'을 즐기려는 현지인들로 북적였다. 지하 1층에 마련된 테이블은 일찌감치 만석이었고 20~30대 직장인과 대학생들은 치킨을 앞에 두고 맥주잔을 부딪치며 저녁 시간을 즐겼다. 치킨뿐 아니라 떡볶이와 김치볶음밥 등 다양한 한국 메뉴를 함께 주문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 매장을 자주 찾는다는 대학생 메디슨 씨는 "학교 근처

  • 26.01.1915:08
    "돼지갈비에 나물" 파리지앵의 저녁 식탁 오른다
    "돼지갈비에 나물" 파리지앵의 저녁 식탁 오른다

    K웨이브 글로벌 현장 점검 "형 집에 놀러 가는데 저녁 메뉴인 돼지갈비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연말 프랑스 파리 오페라 지역(Rue Sainte-Anne)에 위치한 유명 한인 슈퍼마켓 'K마트'에서 만난 맥심 카본(27살)씨는 '100% 태양초'라고 적힌 고춧가루와 송이버섯과 무, 고추장, 튀김가루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카본은 한국 신림동에서 1년 거주하면서 처음 접한 한식을 잊지 못해 귀국 후에도 파리 한식

  • 26.01.2116:08
    ③장충단공원 이준 열사 동상과 오세훈 시장의 특별한 관계[시사쇼]
    ③장충단공원 이준 열사 동상과 오세훈 시장의 특별한 관계[시사쇼]

    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성동구청장) ②장미경(박홍근 의원) ③송현옥(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은 올해 6·3 지방선거에서 5선에 도전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