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부터 한달 간 유럽 등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 인하 협상 미팅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현대상선이 유럽계 선주들을 대상으로 '용선료 인하' 강행군을 펼친다. 용선료 인하에 성공할 경우 자구안 이행의 9부 능선을 넘게 되는 만큼 현대상선은 이번 강행군에 사활을 걸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이날부터 3월 중순까지 유럽 등 외국 선주사와 용선료 인하 협상에 들어간다. 현대상선은 이를 위해 외환위기 당시 한국 채권단의 법률고문으로 활약했던 국제금융 전문 변호사 마크 워커 등 외부 자문사로 구성된 협상실무단을 유럽에 파견했다.
현대상선의 용선료 인하 협상 대상은 유럽계 선주들이다. 현대상선이 가장 많은 용선 계약을 맺고 있는 그리스 해운사 다나오스와 영국 해운사 조디악이다. 현대상선은 다나오스로부터 1만31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5대 포함 총 13대를 용선한 상태다. 조디악과는 지난 2013년 1만31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의 용선계약을 체결해 올 상반기 인도할 예정이다.
현대상선이 용선한 선박은 컨테이너선 34척ㆍ벌크선 31척 등 90척(지난해 6월말 기준)이다. 운용 중인 용선 수는 2012년 126척에서 90척으로 29% 가량 감소했지만 매출 원가에서 차지하는 용선료 비중은 2012년 31.26%, 2015년 6월말 기준 32.79%로 오히려 늘어났다. 호황기에 최소 5년에서 15년 장기로 용선 계약을 체결한 선박들이 비용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현대상선은 연간 용선료로 2조1165억원(2014년말 기준)을 지출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고액의 용선료가 고정비 부담을 키워 수익성 저하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면서 "용선료 인하 협상은 경영 정상화를 위한 추가 자구안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은 지난달 말 제출한 추가 자구안을 통해 용선료를 최대 30% 낮출 계획이다. 현대상선의 부실을 털어내겠다는 채권단과의 자구 약속이었다. 고가에 맺어 놓은 용선 계약을 조정하지 않으면 시황이 회복돼도 적자 구조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용선료 인하 협상 성공은 사실상 현대상선의 운명을 쥐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현정은 회장은 300억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하면서 경영정상화를 위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현 회장과 그의 모친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을 대상으로 보통주 600만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이다. 이번 300억원 규모 유증에 현 회장이 200억원, 김 이사장이 100억원을 각각 출자하기로 했다.
현대그룹 측은 "그룹 주력사인 현대상선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고 현재 추진중인 자구안을 잘 마무리하기 위한 대주주의 책임있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부채가 6조원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300억원 유증이 유동성 확보에 의미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경영정상화에 대한 대주주의 의지를 보여줬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채권단은 용선료 인하 협상이 잘 마무리되면 출자전환, 채무연장 등 현대상선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상태다. 진행 중인 현대증권 등 금융3사 매각 작업도 인수전에 뛰어든 주체가 늘어나면서 당초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체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부산신항만터미널 매각 작업도 인수 후보자 측과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 5일 벌크전용선사업부를 에이치라인해운에 부채 4200억원 포함 약 1200억원에 매각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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