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만 남기고 다 푼다는 '네거티브 규제' 온도차
양재·우면 R&D특구, 특혜시비·인근 주민반발 변수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정부가 서울 양재ㆍ우면 일대를 R&D(연구개발)특구로 지정해 기업투자를 촉진키로 했으나 실제 개발 착수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인허가 키를 쥔 서울시는 정부계획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나 아직 현황파악도 하지 못한 상태여서 밑그림을 그리는 시점까지만 적어도 1~2년은 소요될 전망이다.
더욱이 특정 기업을 염두에 둔 규제특례의 경우 특혜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는데다, 과밀개발에 대한 우려나 인근 주민반발도 염두에 둬야 하는 만큼 정부의 목표대로 당장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조성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지원책을 보면, 관련부서와 서울시ㆍ서초구, 연구기관 등으로 구성된 TF가 특구계획을 짜고 지역특구로 지정하는 쪽으로 정리된다. 기업이 원하는 대로 건물을 짓고 특허심사 등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규제특례를 주는 한편 지원시설을 짓는 게 주 내용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양재ㆍ우면일대를 R&D 특화단지 육성안은 도시계획과 관련한 규제만 완화해준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면서 "다양한 인력의 수용능력 등 여러가지 측면을 고려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양재ㆍ우면 일대에 연구개발기능이 집적한 단지를 만들겠다는 구상은 일찍부터 나왔다. 2010년부터다. 애초 중소기업의 R&D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측면에서 계획됐으나 당초 구상했던 예산지원 등이 불투명해지면서 일부 터를 대기업에 매각, 지금처럼 대기업 연구시설이 밀집한 단지가 됐다.
서울시는 그간 일대 지역여건이 바뀐 점 등을 감안, 지난해 6월 '양재ㆍ우면 R&D지구 육성종합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서울연구원과 함께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오는 4월께 그 결과가 나온다. 연구원은 입지여건이나 기업체 수요조사를 비롯해 해당 지구에 필요한 기초 인프라, 부지활용, 지원방안 등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가 구상한대로 해당 부지 일대를 특구로 지정한다고 해서 곧바로 기업이 원하는 시설을 짓기는 쉽지 않다. 특구로 지정되면 기존 용적률의 50% 범위 내에서 완화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 일대는 대부분 자연녹지지역이나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돼 있어 용적률이 200% 아래로 묶여있다.
양재IC 일대의 경우 유통업무설비 등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돼있어 특구로 지정된 이후에도 대규모 시설을 짓기 위해서는 따로 시 차원의 위원회 심의절차를 거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가 해당 부지 일대 용도변경을 통한 공공기여를 개발재원으로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기업과의 협의절차 역시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의 이번 특구지정 구상이 특정기업을 겨냥하고 있는 만큼 다른 지역이나 기업과의 형평성을 어떻게 맞출지도 풀어야 할 과제다. 특구 내 기업의 경우 건축물 규제는 물론 특허 우선심사, 외국인력 비자간소화 등의 특례가 적용되는데 서울에서는 그간 교육이나 의료ㆍ복지, 관광광레포츠분야에 한해 지정해왔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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