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 국제 금융체제 강화 논의
OPEC 감산 여부도 주목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초저유가 장기화로 패닉에 빠진 글로벌 실물·금융시장을 구할 수 있는 희망의 카드는 남아있을까. '뉴 노멀(New Normal)'에서 '뉴 크라이시스(New Crisis·새로운 위기)'로 이미 접어든 현 상황에서는 각국의 개별 정책이나 노력만으로는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래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이달 말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다. 금융·자본시장 안정을 위한 국제 공조를 강화해 세계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G20 회의는 1998년과 2008년 두 차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만들어져 정상급 회의체로 성장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경제위기에 대한 심각한 경계감을 밑바탕에 가지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도 최근 일련의 경기침체에 대한 해법에 세계 각국이 의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G20 회의 의장국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작년 말 의장국 메시지를 통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G20은 세계경제 안정과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재정과 통화정책의 협력을 강조해 왔다”며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투자와 소비를 늘리기 위해 정책 시너지를 높이고 부정적인 전이효과(spill-over)를 줄이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이번 G20 회의에서는 우리 정부가 지속적으로 촉구했던 국제금융체제 강화 방안을 중점 논의될 전망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회의 주제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세부 의제에 대한 힌트는 지난 12월 중국 하이난성에서 열린 G20 재무차관 및 중앙은행 부총재 회의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회원국들은 G20 국제금융체제 실무그룹 첫 번째 회의를 가졌다. 주요 의제로 국제통화기금(IMF) 개혁, 글로벌 금융안전망 강화, 급격한 자본이동에 대비한 거시건전성 조치, IMF 특별인출권(SDR) 역할 확대 등에 대한 회원국 간 의견을 조율한 바 있다.
다만 중국은 자본유출과 위안화 절하를 경계하고 있으며 일본과 유럽은 양적완화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회원국 모두가 합심을 이루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더디고 구속력이 없다는 태생적인 한계도 극복해야 하는 과제다.
초저유가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산유국들의 국제 공조도 또 하나의 관심사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수하일 빈 모하메드 알-마즈루에이 아랍에미리트(UAE) 석유장관이 “석유수출국기구(OPEC) 모든 회원국은 감산에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하면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12일 1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이어졌던 공급 증가세가 반전될 것이라는 유가 상승의 기대가 높아졌다. 단, 세계 석유 생산 1위 사우디의 감산 의지가 아직까지 불투명하고 이란이 14일부터 원유 수출을 시작하는 등 저유가를 지지하는 요인도 상존하고 있다.
전재완 산업연구원 환경·에너지산업팀장은 “미국에 채산성 악화로 문 닫은 유정이 3500개 정도인데 유가가 배럴당 1~2달러만 올라도 50개 정도가 다시 문을 열 수 있다”며 “유가상승 시 다시 물량이 공급되면서 유가하락을 이끌 수 있어 가격상승 억제 요인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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