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일 SK건설 CM실장…싱가포르 항만청 다섯 번 찾아가 '접안시설' 마련
싱가포르 JAC·캐나다 포트힐스 건설 등 28년간 국내외 플랜트 현장 뛰어다녀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2012년 겨울의 일이다. 이우일 SK건설 CM실장은 싱가포르 항만청을 찾았다. 벌써 다섯 번째 방문이었다. 주롱아로마틱 콤플렉스(JAC)의 현장소장이던 그는 앞바다에 도착한 배에서 장비를 내리지 못해 공사가 차일피일 늦어지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태국과 평택에서 히터(가열로)와 자일렌 증류탑을 수송해왔는데 현장 인근에는 배를 댈 접안시설이 없어 현장 관계자들은 발만 동동구르고 있었다.
원칙을 강조하는 싱가포르 공무원들을 설득시키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이 실장은 귀찮아할 정도로 찾아가 접안시설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싱가포르의 최대 플랜트 시설이 완성되면 연간 380만t의 석유화학 제품이 이곳에서 생산될 겁니다." 설득은 끝내 먹혔다. 억지를 쓴게 아니고 대의명분이 충분했기에 가능했다. 공무원들은 접안시설을 만드는 것이 이 현장은 물론 싱가포르의 물류에 보탬이 된다는 점을 받아들였다. SK건설은 35억원을 들여 접안시설을 만들었다. 싱가포르 최대 플랜트 시설 JAC가 성공적으로 준공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해외통'인 이 실장의 강점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발주처를 설득해내는 소통의 리더십이다. 1988년 입사 이후 한국보다 해외 현장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다. SK건설이 처음으로 해외 플랜트 사업에 나선 1997년 쿠웨이트 현장을 시작으로 불과 한 달 전까지 멕시코와 루마니아, 싱가포르 캐나다 등의 굵직한 해외 프로젝트에 몸담았다.
그중 싱가포르 JAC 프로젝트는 가장 애착을 가지는 현장이다. 어려웠던 만큼 보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 차례 큰 붕괴사고를 겪은 싱가포르는 '안전(Safety) 혁명' 프로그램을 시작, 세계 각국에서 관련규제를 속속 도입했다. 이로인해 낯선 환경에 겹겹이 쌓인 규제를 극복해야 했다. SK건설의 현장 파견 직원만 100명에 달할 정도로 중요도가 높은 곳이었다. 그는 정부부처를 수시로 찾아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도움을 받아내는 역할을 했다. 물론 기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현장의 안전과 품질관리. 각종 신공법을 도입, 품질을 높이고 공사기간을 52일이나 단축하는 쾌거를 이뤘다.
얼마 전까지 현장을 총괄한 캐나다의 포트힐스(Fort Hills) 오일샌드 프로젝트 역시 녹록지 않았다. 영하 50도까지 내려가는 곳이어서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콘크리트를 타설해야 할 정도였다. 품질도 중요한 문제였지만 모래(오일샌드)에서 석유를 추출해 내는 시설인 만큼 화재를 방지하는 안전분야도 꼭 챙겨야 할 부분이었다. 이런 원칙을 지켜 현장은 성공적으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는 "공기를 줄이기 위해 절차를 건너뛰어서는 안된다. '원칙'을 지키되 공법으로 신속성을 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SK건설이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 처음으로 플랜트 시설을 만드는 데도 참여했다. 입사 직후부터 8년간은 국내에서 플랜트 시설을 만들어왔다. 해외까지 합치면 28년간 국내외 플랜트 현장을 부지런히 돌아다닌 셈이다.
올 초에는 CM실장을 맡으며 국내 본사에 자리를 잡았다. 어수선한 현장을 떠나 잘 정돈된 서울의 사무실을 지키게 된 그다. 현장에 인력을 파견하고 교육을 시키는 역할이다. 핵심브레인으로 성장한 그가 생각하는 인재의 기본 조건은 무엇일까. 그는 단박에 '열정'을 꼽았다. 가치를 느끼면서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300㎞를 논스톱으로 뛰는 '울트라 마라토너'로서 체력도 우선 요건으로 언급했다. 그는 "건설현장은 다양하다. 영하 50도에서 영상 50도까지 주어진 여건은 너무 다르다. 이런 곳에서 견뎌내려면 체력도 뒷받침돼야 한다"며 "일에서 가치를 찾는 습관, 중도에서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패기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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