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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가계부]열심히 모았는데…결혼 생각하니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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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월급 50%이상 저축해 온 직장인 김남채 씨 인터뷰
-매년 적금액 늘리며 결혼 자금 모으는 데 매진
-평균결혼 비용 2억7000만원 기사에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박탈감"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편집자 주] 정부가 저물가 대책을 고민할 때 가계부 쓰는 주부들은 장바구니물가때문에 한숨을 쉰다. 경제를 한눈에 보여준다는 지표는 정작 우리네 삶에 대해 아무 것도 설명해주지 못할 때가 많다. 우리네들의 욕망과 고민을 보여주는 건 우리가 쓰는 가계부 일지 모른다. 가계부를 토대로 우리네 이웃들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이렇게도 모았는데 뒤쳐져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인터뷰 중반에 들었던 말이 인상 깊었다. 6년간 끊임없이 일하고 월급 절반 이상을 꼬박 저축한 친구가 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직장인 김남채(33)씨는 항상 계획적으로 살아 왔다면서도 앞으로의 삶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9일 왕십리에서 그의 가계부를 보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친구와 한 인터뷰였기때문에 존대는 하지 않았다.


-가계부는 언제부터 썼어
2011년에 첫 월급 받으면서부터 썼지. 정기 적금도 그 쯤 시작했어. 항상 50% 이상은 했었던 것 같아.

-얼마나 했는데
120만원 씩 1년 동안 적금 부었어. 그러다 2011년도 말에 차 사면서 썼었지.


-차는 얼마나 했어
소형차로 1500만원 정도. 처음엔 대출 조금 받았다가 1년 모아 놓은 적금으로 중도 상환했어.


-소형차 산 이유가 있나
개인적으로 능력에 대비해서 차를 사야 한다고 생각해. 그런데 또 경차를 몰기는 뭔가 좀 부끄럽더라고.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해야 하나.


차를 산 뒤 김씨는 2012년 150만원 씩 3년 만기 적금을 붓기 시작했다. 중간에 이직도 했지만 일을 쉰 적은 거의 없었다. 김씨의 가계부를 보니 매월 적금으로 붓는 금액이 매년 10만원가량 늘었다.


-월급 절반 저축하라고는 다들 하는데 쉽지 않잖아. 돈을 갑자기 써야할 때가 생긴다던가 고민이 될 때도 있을텐데.
그런 걸 대비해서 상여금을 MMF(머니마켓펀드)에다 입금을 해 놨지. 경조사가 있다던가 기념일이 있으면 그 돈을 썼어. 그리고 아무리 큰 기념일이라도 선물을 조금 저렴하게 하면 했지 적금은 안 깼어. 재테크 밸런스라는 게 있는데 그게 무너지면 안 될 거라고 생각했어.


-돈을 체계적으로 모은 이유가 있어?
계획적인 편이야. 적어도 서른 셋에는 결혼하겠다는 목표가 있었어. 지금은 사회 초년생부터 달려서 성과를 거두는 시점이라고 봐. 단기적인 성과는 얻었다고 생각해.


-재테크 정보는 어디서 본 거야?
그냥 인터넷 같은 데서 찾아봤어. 처음 목돈은 리스크를 보면 안 된다길래 적금만 부었어.


-우리 주변만 봐도 그렇게 체계적으로 돈 모으는 애들이 없잖아. 왜 그런 거 같아?
자기 소비패턴을 잘 몰라서 그런 것 같아. 주제넘는 소비 하는 거지. 월급쟁이들 버는 거 뻔하잖아. 얼마나 차이가 나겠어. 절약이 최고의 재테크라고 생각해.


그는 사회초년생부터 열심히 돈을 모아 목돈 8000만원을 마련했다. 순간순간마다 참으면서 모은 뿌듯한 돈이었다. 그러나 성취감도 잠시, 결혼을 생각할 때가 되자 고민에 빠졌다. 그동안 열심히 모은 돈이 결혼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당신의 가계부]열심히 모았는데…결혼 생각하니 한숨만 ▲수년간 적금으로 돈을 모아온 직장인 김남채(33)씨는 결혼 평균 비용이 2억7000만원이라는 말에 박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웨딩컨설팅 업체 듀오웨드는 설문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신혼부부의 평균 결혼 비용이 2억7400만원이라고 밝혔다.사진은 해당 설문조사에 대한 언론사 기사(※출처: 듀오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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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열심히 달렸는데 걱정이 있어?
결혼 걱정이지. 매스컴에서 한 가구 결혼 비용이 2억7000만원이라고 하더라고. 기사가 무서운 게, 그걸 보니 내가 평균에 그렇게 못 미치는 사람인가 허탈감이 들더라.


-'이렇게 모았는데도 뒤쳐져 있다' 뭐 이런 건가
그렇지. 나름대로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나보다 더 잘 벌고 배경 좋은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사실 그런 것 때문에 재밌게 하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도 끊었어.


-'그런 게' 뭐야?
박탈감이지.(SNS를)안 했으면 몰랐던 것들을 자꾸 알게 되더라고.


-결혼 준비하면서 뭐가 제일 걸렸어?
당연히 집이지. 직장때문에 지방은 어려우니까. 서울보다 좋은 곳이 곳곳에 있겠지만 살던 터가 있잖아. 살던 곳에서 크게 벗어나고 싶지 않은데, 서울에서 찾으려니 어렵더라고.


-집은 그럼 어쩌려고?
빚내야지. 정해놓은 건 아니지만 신축빌라를 매매할까 생각하고 있어. 아무래도 전세는 전세금 올려줄 걱정을 계속 해야 하잖아. 분양받아서 몇년 일하면 대출금 갚을 수 있다고 생각해.


-애는 몇이나 생각하는데.
하나 정도 생각하고 있어. 사실 아들은 낳고 싶지 않아. 아직까지 남자는 집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잖아. 아들 낳으면 결혼할 때 또 도와줘야 할 테니까.


분위기를 전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계부를 보다 뿌듯한 순간들이 언제인지 물었다.


-이건 첫 월급인가. 받을 때 어땠어.
응. 2011년 1월 29일 192만원.좋았는데 약간 실망도 했어. 이걸로 언제 돈을 모을까 싶었지. 부모님께 용돈 30만원 씩 드리고 친구들에게 밥 사면서 거의 다 썼어.


그의 가계부에는 2015년 8월 적금 만기에 대한 기록도 있었다. 4620만원. 그는 당시 '흔들리지 않고 결국은 모았구나'라는 생각에 성취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건실하게 살아온 그이지만,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는 불안감을 느낀다고 했다."사회 초년생때는 1억 정도 모아지면 자립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 경제 환경도 심하게 변하니 앞으로도 어떻게 될 줄 모르고"


헤어진 뒤 그가 말한 '평균'에 대해 생각하며 걸었다. 어릴 적 만만하게 봤던 평범한 삶이 얼마나 무거운 말이었는 지 새삼 깨달았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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