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신임 회장이 자구노력이 없는 기업과 한계기업에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12일 본점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구조조정의 원칙을 강조하며 이와 같이 말했다. 공공성에 충실해 관리기업의 부실이 반복되는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해야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그는 "매 순간 냉철함을 잊지 말고 적당히 넘어가는 것이 없어야 한다"며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경쟁력 강화와 산업구조 개선을 지원하고, 국가경제의 흐름이 선순환 되도록 금융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은 스스로의 개혁도 강조했다. 구조조정 여파로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예상돼 스스로 개혁하지 않으면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변화 될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판단이다. 이 회장은 "체질개선의 고통을 감내하더라도 KDB 스스로 개혁을 이뤄내야만 한다"고 밝혔다.
그는 산은이 개혁과 변화의 이미지와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No Pain, No Gain(고통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이라는 말을 인용해 "누구도 하지 않으려하는 궂은 일에 과감히 나서달라. 거기에 길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향후 10년 내 금융직군의 50%가 소멸될 것이라는 예상을 언급하며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묵묵히 헤쳐 나갈 수 있는 굳센 의지만이 역경을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시장 개척이라는 비전도 제시했다. 좁은 국내시장에서 적은 마진을 놓고 경쟁을 벌이기보다 넓은 해외시장을 개척하자는 것이다. 이 회장은 "글로벌 KDB라는 비전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며 "KDB가 퍼스트 무버가 돼 세계 87위에 머무는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세계 10위권 국가경제 규모에 걸맞은 수준으로 끌어 올릴 수 있도록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포부를 제시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11일 노동조합에서 열린 직원토론회에 참여하며 전임 회장과 다른 소통 행보를 보였다. 취임식에선 그의 이메일 주소가 써 있는 플랜카드를 내걸기도 했다. 그는 임명장을 받은 후 노조와 면담에서 "40년간 금융업에서 경험과 직원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현재의 조직위기를 돌파할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직원들의 의견을 노조와 협의를 통해 경영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경북사대부고, 영남대 경제학과를 나와 1970년 한일은행에 입행한 뒤 신한은행 부행장, 신한캐피탈 사장, 굿모닝신한증권(현 신한금투) 사장, 신한금투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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